'혜화역 흉기난동' 예고범 협박죄는 '무죄'…불법 체류는 징역형 집유

법원 "협박글 8초 만에 삭제…에타글 피고인 관여 입증 안돼"

혜화역 흉기난동 살인예고 피의자 왕모씨(31)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8.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온라인 커뮤니티에 '혜화역 흉기 난동'을 예고한 중국 국적의 불법 체류자 3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이 협박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승호 판사는 20일 오후 협박·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왕모씨(31)에 대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왕씨는 지난 8월4일 오후 2시43분경 당근마켓 동네게시판에 '혜화역 칼부림' 예고 글을 게시하고 8초 만에 삭제했다. 삭제 전 조회수 0인 상태의 예고 글을 캡처했다.

같은 날 다른 사이트인 에브리타임 성균관대 인문사회캠퍼스 자유게시판에 익명으로 '칼부림'이란 제목하에 "다들 조심하세요"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당근마켓 칼부림 예고 글 캡처본이 올라왔다.

검찰은 이 사건 피해자들이 당근마켓 캡처본이 담긴 에브리타임 게시글을 직접 보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근마켓 캡처본이 첨부된 에브리타임 게시글 캡처본을 접하고 공포심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에브리타임 게시글에 당근마켓 캡처본이 첨부됐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에브리타임 게시글을 작성했다고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에브리타임 게시글에 피고인이 어떻게 관여했는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근마켓에 칼부림 예고 글을 작성하고 캡처한 피고인 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이 공포심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근마켓 글을 게시한 지 8초 만에 삭제한 것은 협박의 고의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협박죄 부분은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왕씨가 법적으로 허용된 체류 기간을 초과해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유죄로 보고 형을 정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