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로비' 곽상도 부자 첫 공판서 "항소심과 이중 기소" 비판(종합)

곽상도 측 "병채씨 공범 기소, 1심서 檢 진술과 완전 모순"
곽상도·김만배·남욱 2심 공준서 '공소장 변경' 놓고 공방

'대장동 로비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0.25/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부자가 19일 첫 재판에서 민간업자 김만배씨와 공모해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곽 전 의원 측은 항소심 중인 뇌물·알선수재 혐의 사건과 동일한 사건을 두고 이중기소했다고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이날 오후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과 아들 병채씨,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공판 준비에 들어갔다. 형사소송법상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참석 의무가 없어 병채씨는 이날 법정에 오지 않았다.

검찰은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던 병채씨가 2021년 3월 퇴사하면서 김씨로부터 퇴직금 명목 50억원(세금 제외 실수령 25억원)을 받은 데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또 이들 세명은 불법자금 25억원을 퇴직금 등으로 은닉·가장한 혐의(범죄수익은닉법 위반)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2월 병채씨가 김씨로부터 받은 25억원을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로 보고 곽 전 의원을 뇌물·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병채씨는 기소되지 않았었다.

1심은 곽 전 의원과 김씨의 뇌물 혐의와 관련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가 병채씨에게 준 돈과 이익이 곽 전 의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재수사에 착수해 병채씨를 '뇌물 공범' 피의자로 입건했다. 병채씨가 공범이란 증거들을 새로 확보하면서 특가법상 뇌물죄를 적용해 새로 기소했다.

곽 전 의원과 김씨는 기존의 뇌물·알선수재 혐의 항소심 외에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 혐의로 병채씨와 새로 기소되면서 동일 사건을 두고 2개 재판을 받게 됐다.

이와 관련 곽 전 의원 측 변호인은 "검찰은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관련해 별죄라고 추가 기소했지만 이런 전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수사를 진행해 같은 사실에 대해 범죄수익이라고 기소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 기소"라며 "이 사건 모든 쟁점이 선행사건 공소사실과 중첩되므로 이 사건 공판을 진행하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곽 전 의원 부자는 자신들의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특히 "검찰은 오랜 기간 병채씨를 기소하지 않고 공범 관계에 있지 않다고 했는데 현재 병채씨를 공범 기소한 것은 1심에서 검찰의 공판 내용과 완전히 모순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뇌물·알선수재 혐의 항소심 이후에 이 사건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우리가 기다리는 건 재판지연 문제가 있어서 적절치 않다"며 "어떻게 할지는 항소심 상황 확인해 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겠다"고 말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 관련 98차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2023.9.1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날 범죄수익법 위반 혐의 재판에 앞서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창형 이재찬 남기정)에서는 곽 전 의원과 김씨의 뇌물·알선수재 혐의 항소심 첫 공판이 열렸다. 이 사건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가 같이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1심에서 무죄 선고받은 뇌물·알선수재 혐의 사건에 병채씨를 기소하면서 새로운 재판에 넘기는 한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을 대폭 변경하고자 했다.

예컨대 남 변호사가 곽 전 의원에게 건넨 불법자금이 특가법상 알선수재 명목의 5000만원이 새로 추가돼 총 1억원으로 늘었으며 이 과정에서 김씨는 공범으로 지목됐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김씨가 2016년 11월 곽 전 의원 후원금 명목으로 화천대유 직원 박모씨에게 법인자금 300만원을 기부하게 하고, 2017년 8월 남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에게 각각 500만원씩 기부하게 한 혐의도 새로 확인해 기소했다.

곽 전 의원 변호인은 공소장 변경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검찰이 항소이유서 제출 이후 수사를 핑계로 법정 증언에 반하고 증거능력이 없는 범법으로 증거를 수집했다"며 "원칙을 찬탈하고 범죄사실과 관련없는 대상을 압수수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법 수사로 수집한 자료는 증거능력이 없는데도 이를 기초로 곽 전 의원과 아들 병채씨, 김만배씨를 추가 기소했다"며 "1심이 유죄를 선고한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기본적인 공소사실을 바꾸면서까지 변경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반발했다.

곽 전 의원은 법정에서 "문재인 정부 이후 저는 자유로운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김만배에게 돈을 달라고 할 수 있겠냐"며 "김만배는 편의 제공을 기대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돈을 전달받지 못했는데 이 부분도 책임져야 하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