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침입' 前연인 유죄인데…조민 집 벨 누른 기자는 무죄 왜?
조민 오피스텔 주거침입 혐의 TV조선 기자 항소심도 무죄
쟁점은 '주거 평온 상태' 해쳤는지 여부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공동현관을 무단으로 들어갔을 때 주거침입죄가 성립되는지를 놓고 법원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의 오피스텔을 찾아가 취재를 시도한 TV조선 취재진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은 반면, 헤어진 연인의 거주지 공동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주거침입으로 인정된 판례들도 다수 있다.
언뜻 보면 비슷한 사례들에서 유무죄가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공동현관도 주거 범위로 볼 수 있지만, 이 같은 행위가 거주자의 주거의 평온을 해쳤는지 여부가 유무죄를 가르는 법적 쟁점이라고 짚었다.
◇어디까지 '주거'일까…공동현관도 주거주거침입죄의 근거가 되는 법률은 형법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 이 두 가지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는 사람의 주거나 건조물 등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도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폭력행위처벌법 제2조 2항에 따르면 2명 이상이 공동으로 형법상 주거침입 및 퇴거불응죄를 범할 경우 형법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정하고 있다.
'주거 침입'이라는, 어찌 보면 간단하게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 보이지만, 실제 사례에서는 여러 가지 쟁점들이 나온다.
우선 집의 어디까지를 '주거'로 볼 수 있는지다. 단독주택의 경우 담장 안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지만,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경우 공동현관, 엘리베이터, 계단 등 다른 거주자와 공용으로 사용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판례는 공동현관을 일반적으로 주거의 범주로 인정하고 있다. 실질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출입이 통제되는 건조물일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은 헤어진 연인에게 만남을 요구하며 공동현관에 무단으로 들어간 30대 남성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법원은 공동현관문은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됐는데 해당 남성이 별도 허락을 받지 않고 출입했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7월 서울북부지법도 일면식 없는 40대 여성을 쫓아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공용계단에 머무른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가구용 공용계단도 거주자들의 주거 평온을 보호할 필요가 있어 '사람의 주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조민 집 찾아간 TV조선 무죄 선고 왜?…"주거 평온 해쳤는지도 따져야"
그러나 공동현관을 통과해 집 현관문 앞까지 가더라도 무조건 주거침입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침입 행위로 인해 주거의 평온을 해쳤는지까지 따져야한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공동현관문에 들어갔다고 다 주거침입이 되는 건 아니다"며 "공동현관이 얼마큼 통제되고 관리되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며, 실제로 침입했을 경우 얼마만큼 주거 평온성을 침해했는지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법은 폭력행위처벌법(공동주거침입) 위반 혐의를 받는 TV조선 기자와 PD에 대한 2심 재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이 무죄를 선고받은 이유는 이들이 공동현관을 통과해 조씨가 거주하는 호실 앞에서 초인종을 여러 차례 눌렀지만, 법원은 그것만으로는 주거의 평온 상태를 해쳤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거 평온 상태를 해칠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취재 목적으로 방문한 점 △이들이 문을 두드리거나 손잡이를 당긴 사실이 없는 점 △관리소장의 퇴거 명령에 응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사실상 평온을 해치려고 했는지가 중요하다"며 "명시적 거부 의사를 듣고도 문을 두드리거나 문손잡이를 잡아당기는 등의 행위를 했다면 주거침입죄가 인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단순히 발만 들였다고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진 않고, 어떤 의도로 어떤 행위를 했는지에 따라 갈린다"고 말했다.
출입 승낙 여부도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2월 서울북부지법은 자신을 친구라고 속이고 전 연인이 사는 다세대주택 공동현관을 침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 연인의 어머니에게 출입 승낙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출입 승낙이 있다면 그 과정에 속임수나 착오가 있더라도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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