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횡령·조세포탈' 김영준 前이화그룹 회장 보석 석방

보증금 5000만원, 주거지 제한 및 위치 추적 장치 부착 조건
지난 9월 보석 청구 기각 이후 2개월 만에 풀려나

회삿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불법으로 재산을 해외로 유출한 혐의 등을 받는 이화그룹 김영준 회장(왼쪽)과 김성규 총괄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5.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조세포탈 혐의 등을 받는 김영준 전 이화그룹 회장이 보석 석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재산국외도피)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전 회장 보석 청구를 지난달 23일 인용했다.

재판부는 보석 허가 조건으로 김 전 회장에게 보증금 5000만원을 납부하되 이중 2000만원을 보험증권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주거지를 제한하고 위치 추적을 위한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 사건 관련 참고인·증인 등과 접촉을 차단하고 허가 없는 출국도 금지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5월 '증거인멸·도망 우려'를 이유로 구속됐다. 지난 9월 청구한 보석이 기각되자 두 달 뒤 재청구 끝에 풀려나게 됐다.

김 전 회장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267억원 체납세금 납부를 피하려 다수 차명계좌와 국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해 373억원을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산 은닉 과정에서 계열사 4곳에 가족을 고문으로 허위로 올려 급여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회삿돈을 허위 회계하는 등 방식으로 114억원을 횡령해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횡령)도 받는다.

아울러 2015~2017년 이화전기공업 등 계열사 주식을 시세보다 값싸게 사들인 뒤 허위 공시 등의 방법으로 비싸게 매도해 부당이익 124억원을 챙기고 회사에 187억원 상당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가 있다.

또 2016~2017년에는 이 같은 부당 거래 과정에서 거래·장부 조작, 수익 은폐 등을 통해 증여세·양도소득세 등 12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조세포탈)도 있다.

이 밖에도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계열사 자금 173억원을 자신이 보유한 홍콩 상장 해외법인 등에 유출한 혐의(재산국외도피)도 적용됐다.

김성규 총괄사장은 김 전 회장 처남으로 이 같은 범행에 적극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이 사건은 국세청이 이화그룹의 2016~2017년 증여세 조세포탈 혐의를 포착해 2020년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 3월 이화그룹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화그룹은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지적받는 상황이다. 검찰은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 혐의도 수사 중이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