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간첩 빨갱이 됐다"…납북어부 김춘삼씨, 국가 상대 5억원 손배소

"재심서 무죄 받았지만, 정부 피해 회복 위한 노력 없어"
"과거의 잘못을 뉘우쳐야"…검찰총장에 사과문 청구도

동해안납북뒤환어부 피해자시민모임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납북귀환어부 명예회복과 검찰총장의 사과를 촉구하는 국가배상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1.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김춘삼씨(67)가 "북한에 강제로 끌려갔다 와야 했을 뿐 간첩행위 같은 것은 하지 않았는데 한순간에 간첩, 빨갱이가 됐다"며 21일 국가를 상대로 5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단체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씨 측 이성엽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열여섯에 불과했던 김춘삼씨를 폭행, 고문하면서 거짓 자백을 받아냈다"며 "결국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이라는 죄명으로 유죄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납북귀환어부들은 1960년대 동해안에서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납치됐다 귀환한 후 간첩으로 내몰려 처벌을 받았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해 2월 대규모 직권조사에 착수한 후 "수사 과정에서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가 드러났다"며 국가에 재심을 권고했다.

이후 대검찰청이 '직권 재심' 청구를 지시하는 등 재심이 이뤄지면서 피해자들은 잇따라 무죄를 확정받았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국가가 그 어떠한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단체는 "진실화해위가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권고했는데도 국가가 현재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들은 단순한 손해배상에서 나아가 검찰총장의 사과문도 이번 청구 대상에 포함했다. 민법 제764조에 명시된 명예훼손 특칙에 따르면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로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 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령할 수 있다.

변상철 공익법률지원센터 파이팅챈스 소장은 "납북귀환어부의 피해는 근본적으로 국가의 책임방기에서 비롯됐다"며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검찰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검찰 총장의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와 그의 가족은 이날 춘천지법 속초지원에 총 5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접수할 예정이다. 현장에 참석한 김씨는 "민사 소송으로라도 가족의 한을 풀고 싶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