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느린 사형"…국회입법조사처 '보완장치' 필요

형법 개정안 30일 국무회의 통과…법무부, 국회 제출 예고
입법조사처 "장기간 고통 주고 결과는 사형"…대법원도 '사실상 반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78주년 교정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2023.10.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법무부가 추진 중인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가 신중론을 꺼내 들었다.

인권침해와 교정교화의 한계 등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사형'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대법원에 이어 국회 전문기관까지 우려를 나타내면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신당역 살인 사건의 전주환과 같은 흉악범에게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새로 만드는 형법 개정안이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사실상 사형제가 폐지된 현실에서 무기형이 선고 돼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으로 풀려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은 가석방 허용 여부에 따른 무기형을 별도로 구분하고, 법원은 판결할 때 가석방 허용 여부를 함께 선고하도록 했다.

◇ "가석방 없는 종신형, 느린 사형의 모습"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의 전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어떠한 대안도 검토되지 않은 채 도입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단순히 느린 사형의 모습을 갖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가가 도덕적 우월성에 기초해 수형자에게 보장해야 할 최소한의 인권조차 도외시한 것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의 '싱크탱크'로 불리며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국내 유일의 국정 전문연구기관이다. 정부의 성급한 입법 시도에 '경고등'을 켠 셈이다.

◇ "장기간 고통 주고, 결과는 사형과 같아"

국회입법조사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생명을 유지 시킨다는 점에서는 사형보다 인도적이지만 사형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형 집행 시 범죄자의 교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 수형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점이 사형과 같기 때문이다.

나아가 원천적으로 자유를 회복할 권리가 없고 인간의 존엄성·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해 위헌의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결과에서 있어 사형과 다르지 않으나 국가가 장기간에 걸쳐 수형자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행위가 국가 형벌의 원칙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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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감형제도 등 '보완' 필요

국회입법조사처는 '특별감형'과 같은 보완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수형자가 일정 기간의 형을 복역하고 개선갱생이 인정되는 경우 범죄가 사회에 끼친 영향 등을 고려해 가석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특별감형절차 마련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가 야기할 수 있는 인권침해의 요소와 교정교화의 곤란함 등을 완화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적용 범위를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살인의 경우에도 단순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닌 '계획적 모살'에만 적용하도록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 대법원도 '사실상 반대' 입장

국회입법조사처에 앞서 대법원도 지난 8월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사형 못지않게 위헌 논란이 있는 중한 형벌을 추가로 도입하는 것"이라며 "광범위한 의견수렴 및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수형자와 공동체의 연대성을 영원히 단절시킴으로써 수형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며 "형벌의 목적인 범죄자의 재사회화를 고려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형벌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을 갖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