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향하는 재수사 칼날…檢이 명심할 것은[기자의눈]
라임·디스커버리·옵티머스 재수사…前정부 시절 '부실 수사' 의혹
'재수사 당위' 어떻게 증명할까…'중립성' 잣대로 '환부' 도려내야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의사의 수술용 칼과 검사의 사정 칼날은 다르지 않다. 환부를 도려내 건강한 새살을 돋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의사는 수술용 칼로 몸이 제 기능을 하게 하고 검찰은 사정 칼날로 범죄 의혹의 실체를 규명해 재발을 방지한다.
서울 남부지검이 문재인 정부 당시 '부실 수사' 의혹을 받았던 3대 펀드 사기 사건(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재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라임 사태는 '단군 이래 최대 금융 사기'로 불린다. 지난 2019년 10월 라임의 환매 중단 사태가 터져 투자 피해를 본 사람만 4473명이다. 손해금은 1조5380억원으로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옵티머스펀드의 피해 수준도 884명·5084억원에 달하고, 디스커버리펀드는 1278명·2612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2020년 1월 펀드 관련 의혹을 수사하던 남부지검 합수단이 해체됐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합수단 해체'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부실 수사' 또는 '봐주기 수사' 의혹이 불거진 배경이다.
3대 펀드는 공교롭게도 전 정부 인사 혹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24일 금감원의 재검사 결과 민주당 모 의원이 환매 중단 직전 특혜성 환매를 받았던 정황이 드러났다. 라임펀드 사모사채 투자금 300억원 중 수십억원이 민주당 관련 인사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기동민·이수진(비례대표) 의원은 이미 '라임 몸통'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 의혹과 관련해선 청와대와 민주당 인사들 이름이 적힌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까지 나왔었다. 그러나 전 정부 시절 검찰은 모두 무혐의로 처분했다.
디스커버리펀드 사건의 핵심 의혹 당사자는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다. 그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생이다.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지난달 31일 자본시장법 위반 및 배임 혐의를 받는 장 대표를 소환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검찰의 재수사에 '정치 공작'이라고 반발한다. 정치적 방어기제로 항상 나오는 것이 '정치 공작'이란 수사다.
다만 과거부터 검찰이 '정치 수사'란 비판을 받았던 점은 상기할 만한 대목이다.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의 '정적'들에게 수사권을 남용한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반면 살아 있는 권력엔 사정 칼날이 무디다는 비판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특히 정권 교체 후 '전 대통령' 혹은 '전 정부 핵심 인사'에게 보복 수사를 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 10명 중 약 4명(38%)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찬성한다는 여론 조사는 무엇을 말하겠는가. 검수완박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재수사가 시작돼 '정치 수사' '정치 검찰'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을 잣대로 삼아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이 강조했던 '수사 십계명'을 명심해야 할 때다. 1997년 '한보·김현철' 수사를 지휘하며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던 심 전 고검장은 14년 전 '칼은 찌르되 비틀어선 안 된다'를 십계명 첫 번째로 제시했다.
검찰이 과거 '망신주기 수사' '반인권적 저인망식 수사'를 재현한다면 오히려 불신 여론을 키울 것이다. 전 정부 시절 제한됐던 수사권을 다시 돌리려는 검찰에 국민이 등을 돌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찰이 펀드 사기로 곪아 터진 우리 사회의 환부를 도려내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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