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유용' 윤미향 징역 5년 구형…"사익 취한 적 없어" 눈물(종합)
항소심서 눈물의 최후변론…檢 "기부금 횡령, 죄질 불량"
-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사적 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무소속 의원(59)에 대해 검찰이 2심에서도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마용주 한창훈 김우진) 심리로 열린 윤 의원 항소심 공판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 구형과 같은 선고를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윤 의원은 2011~2020년 217차례에 걸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자금 1억35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으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정대협은 정의연의 전신이다.
검찰은 윤 의원이 2015~2019년 정대협(26억8000만원)·정의연(13억2000만원)·김복동의희망(1억원)·개인계좌(1억700만원) 등 미등록 계좌로 기부금품 41억원 상당을 모집했다(기부금법 위반 혐의)고 보고 있다. 관계 법령상 1000만원 이상 기부금품 모집 시 행정안전부 장관 혹은 시·도지사에 기부금 단체로 등록해야 한다.
윤 의원은 2013~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서울시를 속여 박물관 사업, 피해자 치료 사업 등 명목으로 보조금 3억6570만원을 부정 수령한 혐의(보조금관리법 위반), 치매 증세가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 길원옥(95) 할머니를 이용해 2017~2020년 792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증여하게 한 혐의(준사기)도 받는다.
검찰은 현대중공업 기부금(10억원)으로 경기도 안성시 소재 '안성 쉼터'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세보다 높은 7억5000만원에 매입해 정의연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업무상 배임), 관할 관청의 신고 없이 안성쉼터에 손님을 받아 숙박업을 한 혐의(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도 적용해 1심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1심은 지난 2월 윤 의원의 횡령 혐의 중 1700만원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했다.
이에 윤 의원의 국회의원직은 유지됐다. 국회법·공직선거법상 의원직이 박탈되려면 형사사건에서 금고형 이상(집행유예 포함)을 받아야 한다.
검찰은 이날 최후 변론에서 "윤 의원(피고인)이 정대협 상임대표로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이뤄진 자금을 횡령했는데 이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횡령 규모가 상당하고 장기간 이뤄진 점, 정대협에 변제하지 않아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 위 범행으로 결과적으로 사회적 신뢰가 훼손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양형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최초 일본군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 제기로 시작돼 언론 등이 제기한 여러 의혹 가운데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불법 부분만 기소한 것"이라며 "피고인 운영단체가 매우 중요한 활동을 해온 만큼 자금 모집·운용·집행 등에 있어서 우리사회 응원과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관점에서 각 혐의에 대해 피고인의 행위가 우리 사회의 보편 기준에 비춰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이런 행위가 우리 사회에서 계속 반복돼도 되는지 등을 냉철하게 판단해 주시고 불법을 명확하게 판결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윤 의원 측은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보조금법 위반 관련해서는 "피고인 측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거짓 서류를 제출할 어떠한 고의성과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의 항소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기각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횡령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계좌 관련 사용 내역을 보면 작게는 몇백원, 크게는 몇십만원을 집행했는데 사용처를 보면 일상적 지출"이라며 "업무상 체크카드로 음료수를 사 먹거나 식사하거나 하는 등 이런 부분에 대해서 횡령으로 볼지 면밀히 검토해달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날 최후 진술에서 "3년 전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인해 피해자들의 주체적인 인권회복 운동은 언론 보도로 인해 비주체적이고 수동적인 피해자로 폄훼됐다"며 "30년을 함께하면서 피해자들 목소리가 얼마나 절절했음을 알고 있기에 이 상황이 너무나 가슴아프고 죄스러웠다"고 밝혔다.
이어 "만 27세 때 정대협 간사로서 김복동 할머니 등 240여명 우리나라 피해자들을 만났다"며 "피해자들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참여하면서 '수치스러운 여자들'이란 손가락질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 당당하게 인권회복 운동의 주체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30년 동안 사적 이익을 취하려 정대협을 하지 않았고 의원이 된 것도 김 할머니 등 피해자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책·제도로 피해자들이 바라는 인권을 이루기 위해 뛰어들었다"며 ""할머니들과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했던 다짐과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따뜻한 판결을 요청한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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