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아들 50억, 질병 때문이라고 말맞추자"…김만배가 제안
50억 퇴직금 취재 시작하자 곽상도·이성문과 논의
'도박·수사 무마' 돈 뜯었다가 출소 후 돈 도로 뺏겨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에게 퇴직금 50억원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언론이 취재하기 시작하자 "질병으로 위장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범 10명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50억 퇴직금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곽 전 의원과 병채씨,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 등과 연락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병채씨를 입원시켜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고 위장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곽 전 의원 측은 이후 뇌물 혐의 재판에서 병채씨가 화천대유로부터 산업재해 위로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에는 이성문 대표가 다른 관계자들에게 퇴직금에 대해 진술할 내용을 알려준 정황도 담겼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 화천대유 상무 A씨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게 되자 전화해 "병채씨가 중병에 걸린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당시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진술해야 김만배씨의 입장이 곤란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술할 내용을 알려줬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곽 전 의원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병채씨가) 죽을 병에 걸린 줄 알았다"면서 위로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병채씨가 퇴직 당시 화천대유에 제출한 진단서를 보진 않았으며 정확한 병명이나 증상도 몰랐다고 진술했다.
공소장에는 김씨가 저축은행 임원 유모씨를 협박해 돈을 받아냈다가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후 역으로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유씨는 2007~2008년 저축은행 재직 중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했는데 당시 기자로 근무하던 김씨가 "사회지도층의 도박에 대해 취재하고 있다"며 인터뷰를 요청하자 취재 무마를 위해 5000만원을 제안했다.
그러자 김씨는 도박을 이유로 유씨를 협박하던 다른 사람의 실명을 언급하며 그 문제까지 해결해 주겠다면서 2억원을 요구했다. 유씨는 결국 2억원을 건넸고 김씨는 관련 내용을 기사화하지 않았다.
이후 유씨는 법조인과의 인맥을 과시하는 김씨에게 대출비리 사건 무마 명목,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무마 명목 등으로 총 10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유씨는 결국 수재 혐의로 구속돼 징역 10년형을 살고 2021년 출소했다.
출소 후 김씨가 대장동 비리에 연루됐다는 보도를 접한 유씨는 2021년 10월 김씨에게 10억원을 주지 않으면 과거 자신이 돈을 준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이에 김씨는 우선 2억5000만원을 건네고 나머지는 자신이 구속되지 않으면 추가로 주겠다고 제안했다. 유씨는 김씨에게서 두 차례에 걸쳐 2억8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결국 대장동 범죄 수익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달 24일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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