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퇴진 시위' 징계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들…대법 "징계사유 아냐"

소속 변호사들, 이사장 퇴진촉구 시위 참석 이유 '불문경고' 징계
대법 "공단 임직원, 공무원과 달라…집단행위 금지 의무 부담 안해"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퇴진을 요구한 소속 변호사들을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단 소속 임직원들은 공무원과 같은 정도의 신분 및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공무원법에서 정하고 있는 집단행동 금지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김모씨 등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 12명이 공단을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패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김씨 등은 2019년 4월10일 경기 과천시 소재 정부과천종합청사 인근에서 열린 '공단 정상화를 위한 노동자 대회'에 참석해 조상희 당시 이사장의 해임,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제창했다.

이들은 또 2019년 7월10일로 정해진 2019년도 상반기 직원근무평정을 이행하지 않았다가, 연장된 평정기간인 2019년 7월23일 직원근무평정 업무를 마쳤다.

공단은 이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소속변호사의 인사 및 복무규칙'을 근거로 2019년 8월 김씨 등에게 불문경고 징계를 했고, 김씨 등은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은 "법률구조법에 소속 직원들의 자주적 단체행동권이나 집단행위를 금지하는 명문 규정이 없고, 공단이 연장한 근무평정기간 안에 업무를 이행했으므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1심을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들에게 국가공무원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집단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2심은 "법률구조법 제32조는 '공단의 임직원은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김씨 등에게는 공무원의 노동운동이나 공무 외 집단행위를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및 제84조의2가 적용돼, 집단행위를 하지 않아야되는 의무가 있다"며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김씨 등은 당초 정한 근무평정기간 내에 근무평정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지연했으므로, 공단의 근무평정업무를 방해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두 가지 징계사유를 모두 인정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가공무원법 제66조의 의무는 원칙적으로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에서 규정하는 책임을 부담하고 이를 위해 신분과 지위가 보장됨을 전제로 국가공무원에게 지우는 의무"라며 "이 같은 정도의 책임과 신분 및 지위 보장을 받는 정도가 아닌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 등을 포함한 법률구조공단의 임직원의 지위나 직무 성격이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는 국가공무원과 같은 정도의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김씨 등이 국가공무원법상 노동운동 및 집단행위 금지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공단이 직원근무평정 기간을 연장하면서, 김씨 등의 직원근무평정의 지체를 양해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연장 전 기간을 준수하지 않은 것을 직무 태만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직원근무평정 지체로 공단의 업무가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