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두 헌법재판관 후보자 "강제징용, 피해자 의견 가장 중요"

청문회 서면답변…위장전입·편법증여 의혹 "송구"
'검수완박'에 "충분한 토의를"…사형제도 말 아껴

김형두 헌법재판관 후보자.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형두 헌법재판관 후보자(58·사법연수원 19기)가 편법 증여와 위장전입 의혹에 "송구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보낸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편법 증여 의혹과 관련해 "모친에게 대여원금에 상당하는 재산을 증여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이렇게 답했다.

앞서 김 후보자 모친이 소유한 아파트 재건축 분담금과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내는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이자 없이 돈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법상 가족간이라도 돈을 빌려줄 때는 연 4.6% 이상 이자를 받아야 한다.

김 후보자는 "장남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연로한 모친을 잘 보필하고 싶어 금전대여를 했다"며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증여세를 납부할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에도 사과했다. 김 후보자가 보유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소재 아파트를 2001년 매수할 때 실거래가격이 1억6600만원인데 당시 집주인의 요구로 8800만원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신고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추후 아파트를 매도하는 경우 양도소득세가 증액되는 측면에서 경제적으로 손해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당시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매도인의 요구에 응했다"며 "매매가를 낮게 신고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우자의 위장전입 의혹에도 고개를 숙였다. 김 후보자가 대전지법 홍성지원으로 발령받은 1997년 당시 교사로 있던 김 후보자의 배우자가 향후 서울 학교 배정 등을 위해 김 후보자 누나 주소지(송파구 소재)로 위장 전입 신고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 후보자는 "배우자는 실제 복직하지 않았고 차남의 뒷바라지를 위해 2001년 퇴직했다"며 "경위가 어떻게 됐든 송구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는 사안에는 대체로 말을 아꼈다. 헌재 결정으로 효력을 유지하게 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는 "경찰과 검찰 사이 이해관계를 떠나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국민 공감대를 위해 충분한 토의를 거쳐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 이미 결정한 사안에 더 상세한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부연했다.

헌재가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사형제의 폐지에 대해서도 "후보자로서 헌재에 계속된 사건에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소년법 폐지 논란에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청소년 범죄의 감소와 비행소년의 사회화에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10대 초반 청소년들의 일부 범죄가 성인범죄에 준할 정도로 대담해지면서 14세 미만으로 규정된 형사미성년자의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온다.

김 후보자는 "소년 중범죄는 엄정하게 책임을 묻고 법적 책임이 준엄하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소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성인과 동등하게 평가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배상안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강제징용 피해자분들의 견해를 존중하는 것"이라며 "다음으로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신중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힘을 실어 온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에 대해서는 "대등한 지위의 판사로 구성된 재판부를 꾸려 충실하게 심리한다는 도입 취지는 알지만 기존 제도가 판사들의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동기 가운데 하나였던 관계로 판사들의 업무 열의를 높일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법원의 신뢰를 제고하면서 동시에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으로 헌재와 대법원 판결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사례가 나오는 것에는 "구체적 분쟁 사건에서 법률의 해석기준을 제시하는 형태의 한정위헌 결정에 법적 기속력을 부여하는 것은 법원의 최종적인 법률해석권한과 충돌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한정위헌결정이 우리 헌법 체계와 부합하는지 충분히 고려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헌재와 대법원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고 국민 권리구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심사숙고해 혼란을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