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차' 동성부부, 건보법상 가족 인정될까…오늘 2심 선고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결혼 5년차 동성부부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 2심 결과가 21일 나온다.

서울고법 행정1-3부(부장판사 이승한 심준보 김종호)는 이날 오전 10시 소성욱씨(32)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소송 2심 선고를 진행한다.

결혼 5년차인 동성부부 소성욱씨와 김용민씨(33)는 2020년 2월 동성부부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대상에 해당하는지 건보공단에 문의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 요건에 부합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건보공단은 사실혼 부부 중 한 사람이 직장가입자이고 다른 한 사람이 상대에게 생계를 의존하는 경우에도 피부양자 자격을 적극 인정하는 편이다.

공단은 소씨 부부 역시 피부양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답변했고 실제 소씨는 공단에서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했다.

그러나 동성커플이 부부로 인정됐다는 보도가 나가자 공단 측은 "업무착오"라며 소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했다. 공단은 소씨를 다시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건강보험료를 청구하기도 했다.

이에 소씨는 2021년 1월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부당한 보험료 청구를 취소해달라는 취지에서다.

소씨는 "피부양자 지위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까지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며 "동성부부만 피부양자 자격을 못갖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소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법이 말하는 사실혼은 남녀결합을 근본으로 하기 때문에 동성결합으로 확장 해석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성결합과 남녀결합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성과 동성의 결합을 달리 취급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주목해야할 점은 1심 재판부와 달리 2심 재판부가 사건의 쟁점을 '평등의 원칙'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공단 측에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커플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다르게 판단하는 이유를 물었다.

2심 재판부는 "사실혼이라는 용어가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은데 공단이 이들의 피부양자격을 인정하고 있다"며 "사실혼과 동성부부가 국민건강보험법의 관점에서 무엇이 다른지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동성부부를 사실혼으로 인정하느냐를 떠나 공단의 재량으로 사실혼을 인정했다면 동성부부에게도 '법률상 평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보 측 대리인은 "결국 피부양 제도는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판단하는 것"이라며 "현재 국민적 인식에서 사실혼 배우자는 가족이란 테두리에 들어가는 반면 동성커플은 가족 제도 범위에 포함한다고 볼 수 없다"고 답변했다.

소씨는 최후 변론에서 "공단 측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전통적 가족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생활공동체가 형성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면서 "저희 같은 부부, 수많은 형태의 가족의 권리를 보장하는데 사법부가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