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낙동강변 살인사건' 국가배상에 항소 않기로…"신속한 피해회복"

72억 배상 책임 빠르게 인정…인혁당 지연이자 면제 이은 전향 조치

‘낙동강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옥살이를 한 장동익씨와 최인철씨가 4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박준영 변호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2.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법무부는 부산 낙동강변 살인사건 무죄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72억여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그대로 수용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한동훈 장관 취임 후 '인혁당 사건' 지연이자 면제에 이은 전향적 결정이란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는 13일 '낙동강변 살인사건' 국가배상소송과 관련해 "신속한 피해회복을 위해 금일 항소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며 "법무부는 오직 상식과 정의를 기준으로 법무행정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최인철씨(61)와 장동익씨(64)가 진범으로 몰려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건이다. 1990년 부산 북구 엄궁동 낙동강변 도로에서 여성 성폭행 살인사건이 벌어졌고,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경찰은 사건 1년 뒤인 1991년 11월 이들을 진범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두 사람이 살인을 실토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경찰의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무기징역이 확정됐고, 이들은 21년간 옥살이를 하다가 2013년 모범수로 특별감형돼 석방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2심과 3심에서 두 사람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최씨와 장씨는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2017년 5월 재심을 신청했고 부산고법은 2020년 1월 재심 개시를 결정, 지난해 2월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 검찰, 법원은 선고 전후로 이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며 판결이 확정됐다.

최씨와 장씨, 이들의 가족 등은 재심 무죄 판결을 근거로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동빈)는 지난달 28일 국가가 72억원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최씨에게 18억여원, 장씨에게 19억여원, 최씨와 장씨 가족들에게 4000만~6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의 항소 포기로 판결이 확정되면 이들에 대한 배상비 지급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법무부의 국가배상 항소 포기는 지난 8월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인혁당 사건) 피해자 지연손해금(지연이자) 면제에 이은 전향적 결정으로 평가한다. 책임회피 측면에서 기계적 항소·상고로 이어지는 공무원 조직 특성상 국가의 책임을 빠르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