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최평석 전무, '정보경찰' 노조활동 개입 인정
법정서 증언…"2014년부터 전방위적 비선활동"
삼성 미전실도 '정보경찰' 활용 지시…"핫라인 동원해라"
- 류석우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평석 전무가 법정에서 경찰청 정보국 소속 정보경찰이 삼성의 비선으로 활동하면서 전방위적으로 노조활동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정보경찰이 노조와 '블라인드(비공식) 교섭'을 하도록 지시해온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18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등 32명에 대한 19회 공판기일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최 전무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최 전무는 당시 경찰청 정보국 소속이었던 김모 경정이 지속적으로 비선활동을 하면서 노조활동에 개입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인정한다"고 답했다. 김 경정은 삼성전자서비스 측에 노조 동향정보를 건네고 노조와 교섭까지 직접 진행하며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람이다.
이날 재판에서 나온 최 전무의 증언을 종합하면 김 경정과 삼성전자서비스의 관계는 2013년으로 천안센터에 근무하던 고(故) 최종범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 사건으로 최종범 투쟁위원회가 꾸려져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농성이 이어졌다.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이었던 김 경정은 경찰청 정보국 소속 정보경찰을 소개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줬다.
2013년 도움을 계기로 김 경정은 본격적으로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대응에 협력하게 된다. 이미 알려진 2014년 고(故)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의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치르는 합의뿐 아니라 2016년 성북센터 소속 AS 기사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에서도 합의 과정을 주도했다.
김 경정은 주로 매년 이어진 노조와의 협상 시기에 활동했다. 고 염호석씨의 사망 당시 노조가 무기한 전면투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김 경정은 블라인드 교섭을 삼성전자서비스에 제안했다. 당시 경총과 금속노조간 중앙교섭은 진전이 없는 상황이었다. 삼성 측은 블라인드 교섭을 받아들여 노조 측과 기준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된다.
김 경정이 2014년 제안한 '블라인드 교섭'이 노조를 상대로 효과를 보이자 삼성 측은 이러한 방식을 자연스럽게 매년 채택하게 된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증거에는 2016년 당시 강경훈 미래전략실 부사장이 이러한 방식을 삼성전자서비스에 지시한 정황도 나왔다.
검찰이 공개한 메일에는 '강 부사장님께서 피드백한 내용 전달'이라는 제목과 함께 "핫라인을 적극 가동해 노조가 요구안을 제기하기 전에 사측 안을 완성하고 노조 요구안에 반영되도록 하라" "교섭방식은 형식적으로 권역별 대표 교섭으로 진행" 등의 지시가 담겨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핫라인'은 김 경정이 제안했던 블라인드 교섭을 의미한다.
최 전무는 이와 관련해 "직접 강 부사장에게 보고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체적인 임금협상 방향에 대해 보고했을 뿐이고 직접 지시받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러한 핫라인 활동을 다 보고 받느냐는 질문에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나 후임자가 보고 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답했다.
김 경정은 활동의 대가로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수천만원과 상품권, 휴대폰을 제공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재판의 피고인이자 삼성전자의 노동자문 역할을 했던 송모씨는 지난 기일 증인신문에서 "이러한 행위가 정당한 업무범위라고 볼 수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벗어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재판부도 이와 관련해 "(정보경찰이) 어느 정도 관여를 해야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지 법규정을 살펴봐야겠다"면서도 "정보과 형사 중에 노동문제 관여하면서 사측에서 돈을 받아가면서 활동한다면 그런 좋은 보직이 어디있겠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sewryu@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