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축 산실 '공간' "계열사 퇴직금 못 준다" 버티다 패소

공간 측 "계열사 직원이어서 임금 지급 책임 없다" 주장
법원 "프로젝트 함께 수행한 일부 직원에 임금 지급해야"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공간건축은 주미 한국대사관, 서울 올림픽주경기장 등을 설계한 한국 대표 건축가 고(故) 김수근씨가 지난 1972년 설립한 건축사무소로 남극 장보고 기지 등을 건축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판사 마용주)는 공간도시건축에 근무하다 퇴직한 직원 22명이 공간건축과 공간도시건축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강모(38)씨 등 직원 22명은 공간건축이 부도 위기에 몰린 지난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임금을 지불받지 못하다가 2012년 말에서 2013년 초 사이 대부분 퇴직했다.

그런데 공간건축과 공간도시건축이 밀린 임금은 커녕 퇴직금조차 지불하지 않자 강씨 등은 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과 퇴직금 지급을 요청하고 법원에 관련 소송까지 내는 등 결국 법적인 조치까지 취하게 됐다.

그러자 공간건축 측은 "공간도시건축 소속 직원들이 설계 프로젝트에 일부 투입된 것은 사실이지만 '협업' 방식으로 참여한 것에 불과하다"며 강씨 등에 대한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버티고 나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모(33)씨 등 일부 직원은 적어도 2008년 이후부터는 공간건축 소속 직원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공간건축은 김씨 등 3명에 대해 총 2631만여원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며 공간건축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이같이 판결한 이유는 ▲김씨 등이 공간건축 명의로 수주된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 일상적으로 투입돼 왔고 ▲공간건축과 공간도시건축의 업무는 단일한 조직체계에서 유기적으로 이뤄져 왔으며 ▲직원들도 계열사별 공간을 따로 쓴 것이 아니라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해 왔다는 것이었다.

또 재판부는 공간도시건축에 대해서도 강씨 등 19명에 대해 총 2억8914만여원의 임금 지급 책임을 인정했다.

한국의 대표적 건축사무소인 공간도시건축은 지속된 건축경기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1월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지만 다행히 지난 2월 회생절차가 모두 종결돼 정상화됐다.

그러나 공간건축의 계열사인 공간도시건축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지난 4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abilityk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