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7만명 DNA 보관…미제 1266건 해결
대검, 서울대-생명硏과 심포지엄…국내외 전문가 참여
입법추이·인권이슈·선진감식기술 등 폭넓게 논의
- 오경묵 기자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15년이 지난 지난해 9월, 대구지검이 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 정양이 단순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스리랑카인 3명이 정양을 번갈아 성폭행 뒤 달아난 것이다. 성폭행 현장을 빠져나온 정양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고속도로 위로 올라섰다. 깜깜한 밤이어서 방향 감각 없이 헤매던 정양은 23t 덤프트럭에 치어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는 DNA 데이터베이스가 큰 힘이 됐다. 검찰은 스리랑카인 K씨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입건되자 유전자를 대조해 당시 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유족의 고소 등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3개월여 조사를 통해 K씨를 구속기소하고 스리랑카에 머물고 있는 공범 2명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대검찰청은 지난 3년동안 DNA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미제사건 1266건의 범인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살인 5건, 성폭력 232건, 절도 850건 등이다. 이 중 432건에 대해 유죄가 확정됐고, 305건에 대해서는 실형이 선고됐다. 정양 사건 외에 누범 기간 중 교통사고를 내고도 구속을 피하기 위해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사건에 대해서도 에어백에 남아있던 DNA를 바탕으로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 2010년 7월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해당법에 따라 6만9404명의 DNA를 보관하고 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사범이 2만683명으로 가장 많고, 강·절도사범 1만3832명, 마약사범 6460명, 성폭력사범 6276명, 강간추행사범 6074명 등이다.
대검찰청은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 3년을 맞이해 서울대학교,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공동으로 27·28일 'DNA 법과학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지난 3년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선진 기법 도입 등 향후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심포지엄에는 DNA법 전문가인 팀 쉘버그 변호사와 브루스 부도울(Bruce Budowle) 미 노스텍사스대 교수 등 해외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부도울 교수는 미국 FBI 법과학연구부장으로 근무하면서 DNA 감식과 범죄자데이터설립에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승덕 서울대 교수와 신경진 연세대 교수 등 국내 전문가들도 참석했다.
심포지엄 둘째날인 28일에는 선진감식 기술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논의가 진행됐다. 부도울 교수는 'DNA감식과 사회, 법유전학의 미래'에 대해 발제했다. 김선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RNA를 기반으로 한 체액흔 식별 기술 개발'에 대해, 오범석 경희대 의대 교수는 '인간의 표현형 식별을 위한 연관유전자 분석'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전날에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DNA데이터베이스의 확장과 공동활용에 대한 이슈를 놓고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특히 쉘버그 변호사가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의 국제적 현황과 확장'에 대해, 권창국 전주대 교수는 '국내 DNA데이터베이스의 현황과 논점'에 대해 발제했다.
검찰 관계자는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피해자의 인권보호와 사회 안전망 구축에 크게 기여했다"며 "이러한 성과와 이번 심포지엄 내용을 바탕으로 오는 2017년 개최될 국제법유전학회(ISFG)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notepad@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