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측 "盧 대화록 삭제지시 없었다"

(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참여정부 청와대 인사들의 협조를 구해 당시 회의록 작성과 보관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 최대 30여명을 오는 7일부터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사초 실종 배경'을 조사할 예정이다.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수동 노무현재단 사무실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 News1 허경 기자

</figure>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건이 정치 쟁점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화록 삭제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측이 "삭제 지시는 없었다"고 거듭 반박했다.

'실제 문서 형태로 대화록을 남기지 말라'고 지시한 내용이 와전됐다는 것인데, 검찰의 대화록 발견 사실이 공개된 뒤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의 변호인이자 참여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박성수 변호사는 6일 뉴스1과 통화에서 "복수의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이지원(e-知園)에 있는 자료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2월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대화록을 삭제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이를 실무진에게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은 이같은 진술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노무현재단 성명을 통해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지원 보고서를 폐기하라는 어떠한 지시도 받은 바 없고 검찰에서 그런 내용의 진술을 한 바도 없다"고 부인했다.

조 전 비서관은 내주 중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는 "예를 들어 '책자로 된 종이문서는 남기지 말라'는 말씀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지원에 있는 자료를 삭제하라는 지시는 없었다"며 "책자로 된 종이문서는 초안이기 때문에 최종본이 보고되면 당연히 정리하라는 취지 아니었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삭제된 대화록은 최종본에 가깝다'고 밝힌 데 대해 "검찰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검찰 주장이) 팩트(사실)인지 아닌지도 확인하기 어렵지 않냐"고 즉답을 유보했다.

박 변호사는 초안이 수정된 이유에 대해 "국정원에서 작성한 초안이 (표현상) 불안정하고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이 자신을 낮춘 표현인)'저는'을 '나는'으로 고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지칭한) '님'이라는 표현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 통상 처리해 오던 관행대로 정정한 것"이라며 "청와대는 외국 정상들과 회담 후에 이런 표현들을 통상적으로 정정해 발표해 왔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은 외국 정상과의 회담 시에 상대방 예우 차원에서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존칭을 쓰는 것이 몸에 밴 분이셨다"고 했다. 이를 공식 문서화하는 형태로 바로잡는 취지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외교부에서도 국가 정상간 대화 내용을 발표할때는 그렇게 표현을 다듬는데, 조명균 비서관도 업무를 담당하면서 최종본 작성시에 그런 관례를 적용하지 않았겠냐"고 덧붙였다.

다른 참여정부 관계자도 "표현상 문제를 수정한 것 뿐인데, 대화록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chind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