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임경묵' 밝힌 것, 언론 비난 탓"

27일 항소심 결심 공판…검찰, 항소 기각 요청
조현오 "국민·유족에 상처입혀 송구스럽고 죄송"

조현오 전 경찰청장. © News1 윤선미 인턴기자

</figure>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돼 자살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58)이 항소심에 와서야 발언의 출처로 임경묵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을 지목한 것은 언론의 비난 때문이라며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또 이같은 발언이 덮이지 않고 문제가 된 것도 언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전주혜) 심리로 27일 열린 조 전 청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조 전 청장은 항소심 공판과정에 와서야 비로소 발언 출처를 밝힌 경위에 대해 "1심 이후에 나온 비난 보도 때문"이라고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이날 결심에 앞서 진행된 피고인신문에서 검찰 측이 "항소심에서 임 전 이사장을 출처로 밝힌 이유가 뭐냐"고 묻자 조 전 청장은 "(1심 이후) 언론에서 '조현오가 신의 지키려 (비밀을) 안고 갔다'고 보도했으면 안고 갔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언론의 비난 보도를 구치소에서 보고 내 명예는 물론 실체적 진실을 위한 정의를 위해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인규 전 중수부장, 임 전 이사장 등을 거론해 인간적 신의를 지키지 못한 것은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또 이같은 발언이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는 검찰 측의 지적에 대해서도 책임을 언론에 돌렸다.

변호인 측이 피고인신문을 통해 조 전 청장에게 "문제의 발언은 조 전 청장에 비우호적인 언론사가 확대 재생산해 문제가 된 것이 아니냐"고 묻자 조 전 청장은 "(내가) 경찰청장 후보가 된 후 모 방송사에 해당 발언을 제보한 제보자가 타 언론사에 흘리겠다고 하자 이를 보도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해당 방송사는 처음 제보받을 당시는 보도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갖고 있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행된 최후변론에서도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고 검찰이 주장하는데 (내가) 경찰청장이 안 됐다면 덮어졌을 얘기"라며 "적어도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다는 것을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또 "재판과정에서 언론으로부터 그렇게 비난받다 보니 그토록 사랑했던 경찰조직에 송구스럽고 면목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최후변론에서 검찰 측은 조 전 청장의 항소를 기각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 측은 "조 전 청장의 발언은 그 내용만으로 사회적 갈등을 많이 심화시켰다"며 "항소심에 이르러서도 계속 주장을 변경하고 의혹만 제기하는 등 발언에 어떤 근거를 갖는지 알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명계좌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아 발언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발언의 진위확인도 하지 않은 것은 허위임을 인식한 것"이라며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엄중한 법의 심판이 필요하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조 전 청장이 허위의식을 갖고 그 얘기를 한 것은 아니다"며 "검찰의 제대로 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방어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감안해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 관대한 처분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또 조 전 청장은 "질서유지를 위한 충정에서 한 발언이 의도치 않게 대대적으로 알려졌다"며 "유족들과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국민들에게 상처를 준 것은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임 전 이사장이 거짓인지 내가 거짓인지 헤아려달라"고 재판부에 간청했다.

조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이던 2010년 3월31일 경찰 내부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리기 바로 전날(2009년 5월22일)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차명계좌가, 10만원짜리 수표가 타인으로…"라고 발언해 고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조 전 청장은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구속 8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조 전 청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다음달 26일 오후 2시에 내려질 예정이다.

abilityk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