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대는 ‘얼죽신’? 신축 아파트 '인기' 이유 있었네[박원갑의 집과 삶]
박원갑 KB국민은행부동산수석전문위원 = 최근 들어 신축 아파트 몸값이 치솟고 있다. 낡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보다는 신축 아파트 가격이 더 많이 오른다. 주택시장의 주력 세대로 떠오른 젊은 세대의 신축 선호 추세도 일부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수도권 아파트 연령대별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지은 지 5년 이하 아파트 가격이 3.25%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다음으로 5년 초과~10년 이하 2.73%, 10년 초과~15년 이하 1.96%, 15년 초과~20년 이하 1.41%, 20년 초과 0.42% 순이었다. 준공 연령과 아파트값이 서로 반비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축 아파트 인기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얘기다.
요즘 아파트 구매자의 50~60%는 30~40대가 차지한다. 이들 세대는 신축 선호현상이 윗세대보다 확실히 강하다. 심지어 낡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보다 신축 오피스텔을 찾을 정도다. ‘얼어 죽어도 신축 주택(아파트)’이라는 측면에서 ‘얼죽신’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말은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뜻의 ‘얼죽아’를 빗댄 것이다.
요즘 세대는 풍요로운 시절에 태어난 세대라 주거 만족의 준거점이 기성세대보다 높다. 한마디로 선진국 국민으로 태어났으니, 주거 만족도 기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따뜻한 물만 나와도, 난방만 잘되어도, 외풍만 없어도 만족하는 윗세대와는 딴판이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성동구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이는 도심이나 강남에서 가까운 지리적 메리트 이외에도 신축 선호현상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 같다. 옥수동이나 금호동 일대를 중심으로 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신축 혹은 준 신축 아파트가 많이 분포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핵심수요층으로 떠오른 30~40대가 선호하는 곳이다.
또 한편으로는 현재주의적 가치관도 한몫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뜻의 욜로(YOLO)나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이 지배적인 정서다. 그래서 낡은 재건축 아파트에 살면서 시세차익과 새집을 얻는 윗세대의 ‘몸테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몇 배의 투자 수익률이 보장된다면 모를까. 요즘 재건축사업은 건축비가 치솟은 데다 재건축 부담금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라 수익성이 높지 않다. 단군 이래 재무지능이 가장 높다는 MZ세대가 신축을 선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밖에 아파트의 커뮤니티시설이 크게 좋아지고 있는 점도 신축 아파트 선호현상의 또 다른 요인이다. 신축 아파트 단지에선 골프 연습장, 수영장, 헬스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살기에 편리하다. 요새 지은 대단지 아파트에 가보면 유럽 중세 시대의 성(城)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 아파트가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시장은 당분간 신축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본다면 준공(입주)물량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주택의 재고량 못지않게 질도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실거래가 변동에 미치는 변수의 기여도를 조사한 결과 준공물량이 18.4%로 기준금리 다음으로 높았다. 그 사이 주택수요자들의 취향도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 최근의 신축 선호 흐름을 고려하면 조사 당시보다 준공물량 기여도가 훨씬 높아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신축 주택이 지속해서 공급되어야 시장도 안정될 수 있다는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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