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수·매도자 '줄다리기'…"거래 줄고, 매물 적체 심화"

대기 실수요 "집값 깎아달라" vs 매도자 "가격 조정 불가"
집주인, 버티기 모드 돌입…"추가 가격 상승 기대감 반영"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들. 2024.7.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서울 아파트 시장의 매수·매도자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대기 실수요는 가격 조정을 희망하는 반면 집주인은 호가를 낮추지 않으면서 매수·매도가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서울 핵심지 아파트 집주인 콧대 여전…"급하지 않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은 급매물 소진 후 한산한 분위기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가을 이사 철이 지나고 '가격 조정이 가능하냐'는 문의 전화만 들어온다"며 "매수세가 한풀 꺾였다"고 전했다.

실수요 관망세가 짙어지며 매수심리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5주째 하락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 99.9를 기록하며 기준선(100) 아래로 떨어졌다.

해당 지수는 아파트 매매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수치화한 것으로, 기준선보다 수치가 낮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100보다 높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이에 반해 집주인들은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현재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의 매도 희망가는 39억~43억 원 선(중층 이상)으로, 직전 실거래가(39억 9000만 원)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연구소장은 "매도자들은 집값이 더 오를 거라는 기대심리로 요지부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서울에 신규 입주물량이 없다"며 "매도자도 이를 너무 잘 알고 있어 급하여질 게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도 비슷한 분석이다.

김 소장은 "매도자가 호가를 낮추려면 집값이 내려갈 거란 불안심리가 작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입주 물량까지 줄어 집주인들도 호가를 유지하며 버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서울 공인중개사 사무소 밀집지역 모습. 2024.5.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실수요·집주인, 매수·매도가 온도 차 당분간 지속"

매수·매도자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거래량이 줄면서 시장 매물은 빠르게 쌓이고 있다.

지난 7월 9192건까지 치솟았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달 3556건으로 3분의 1토막 난 상황이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물량은 8만 809건에서 8만 7954건으로 8.8%(7145건) 늘어났다.

이러한 거래 침체장은 당분간 지속될 거란 전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아파트 시장은 매수·매도자 중심의 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과도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년까지 저가 매물을 기다리는 매수자와 호가를 유지하려는 매도자 간의 온도 차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