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조 장전 'LH', 한 발도 못 쐈다…건설사 보유토지 매입 '0'건

2차 토지매입 신청 없어…1차 신청 6건도 매입 '불발'
국토부 "건설 시황 개선 방증", 업계 "여전히 어렵다"

사진은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모습. /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부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추진한 '건설사 보유토지 매입'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달 초 마감한 2차 모집 공고에는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정부는 건설업계 시장 상황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건설사들은 정부의 토지 매입가격 기준이 너무 낮아 대주단 동의를 구하기 어려웠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출입문에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건설사 보유토지 매입 실적 '0'건…국토부 "시장 상황 좋아졌다는 방증"

1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 1일 마감한 건설사 보유토지 2차 매입 공고에는 단 한 건도 신청이 접수되지 않았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LH는 올해 초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총 3조 원(매입 2조 원, 매입확약 1조 원) 들여 건설업계 보유토지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건설사들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로, 당시에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여파로 '4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설'이 나돌던 때였다.

지난 4월 진행한 1차 모집 공고에서는 총 6건이 접수됐다. 매입 신청이 3건(90억 원), 매입확약이 3건(455억 원)이다. 하지만 실제 매입 계약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LH 관계자는 "신청이 접수되면 현장조사 등을 거쳐 매입 적격 여부를 결정하는데, 접수된 6건 모두 부적격 판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주부 부처인 국토부는 건설업계 시장 상황이 연초 대비 크게 나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 보유토지 매입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두차례 가동했던 정책"이라며 "그때와 같은 지원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신청이 안 들어왔다는 건 시장 상황이 양호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1998년과 2008년 각각 2조 6000억 원, 7200억 원 규모의 건설사 토지를 매입했다.

사진은 24일 태영건설의 임금체불 문제로 골조 공정이 중단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건설 현장의 모습. 2024.1.24/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낮은 토지 매입가, 신청 걸림돌…대주단 "매각 동의 못해"

업계는 다른 목소리다.

역경매 방식인 정부의 토지매입 정책은 가격 이점이 없단 입장이다. 이는 기업이 매도 희망 가격을 제출하면 낮은 순서대로 토지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사들이는 대상 토지는 올해 1월 이전 취득한 3000㎡ 이상으로, 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 시행자가 공급한 가격 또는 공시지가의 90%를 넘지 않는 가격으로만 신청할 수 있다.

시행사 대표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매입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지출한 금융비용은 매몰 비용이라고 치더라도, 100억 원짜리 땅을 90억 원에 팔라는 말이랑 뭐가 다르냐"고 했다.

매매대금 전액이 기업 부채상환용으로만 지급되고, 이 역시 채권(5년 만기 후 일시상환)으로 금융기관에 직접 지급돼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했다.

한 중견 시행사 대표는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으로부터 토지 매각 동의를 얻기 쉽지 않았다"며 "특히 후순위 대주단의 반대가 유독 심했다"고 귀띔했다.

이 대표는 건설업계 시황이 개선됐다는 정부 의견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PF 대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지방 은행들의 상환 압박이 상당하다"며 "최근에는 연체 없이 잘 가던 사업장까지 원금 상환 요청이 들어와 자금줄이 다시 막히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토부는 3차 토지 매입은 공고하지 않을 방침이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