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불보듯 훤해"…서울 경전철 줄줄이 건설업계 '손절'

GS건설 위례신사선 이어 서부선도 발빼…"16년째 공회전"
우이방학선도 입찰 '0'…"건설물가, 소비자물가의 2배 달해"

2017년 개통한 우이경전철. 2017.9.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서울 경전철 사업이 건설사들의 외면 속에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사를 맡을 사업자를 구하지 못해 첫 삽을 언제 뜰지 요원한 실정이다.

30일 서울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위례신사선은 공사비 인상에도 새 사업자를 찾지 못하고 재모집하고 있다.

일주일 뒤인 11월4일까지 1단계 평가서류 제출 기한으로, 이때도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민간사업자가 없으면 재정 투자사업으로 전환해 추진할 방침이다.

'위례 신사선'은 서울 송파구와 위례 신도시,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을 연결하는 14.7㎞ 길이의 경전철이다.

2008년 위례 신도시 기획 단계부터 추진됐지만 16년째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지에스건설(006360)이 올해 들어 사업 참여를 포기하며 새로운 시공사 구하기에 나섰지만 여의찮은 상황이다.

올해 8월 1차 공고 당시 소비자물가 변동분을 반영해 건설사업비를 1조 4847억원에서 1조 7605억으로 증액했음에도 유찰됐고, 2차 재공고에서는 1조 8380억 원으로 4.4% 더 올렸다.

서부선 경전철도 16년째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와 관악구를 잇는 16.2㎞의 경전철인데 우선 협상 대상자인 두산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해 온 GS건설이 컨소시엄에 탈퇴 의사를 밝히며 새 건설사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컨소시엄에는 대표사인 두산건설(011160)을 비롯해 GS건설·롯데건설·계룡건설 등이 참여 중으로, GS건설의 지분이 17%를 차지한다.

현재 기획재정부와 서울시가 공사비 인상을 논의 중인 상황인데 공사비를 올리더라도 GS건설이 입장을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이신설선 솔밭공원역부터 1호선 방학역을 잇는 총연장 3.93㎞의 '우이방학선'도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8월 조달청에 입찰을 의뢰했으나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없어 한 달 만에 이를 중단했고 12월 재입찰에 나설 계획이다.

애초 8월 입찰 당시에는 1단계로 토목건축 사업자만 우선 구할 계획으로 사업비가 3347억 원으로 배정됐으나 12월에는 신호·통신 시스템 등 사업비가 740억 원이 포함, 총 4087억 원으로 늘었다.

서울 시내의 한 공사현장. 2024.5.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건설물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2배…"공사비 올려도 손해"

다만 건설업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민간 건설공사 계약의 물가상승률 반영 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활발한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민간 건설공사 표준 도급계약서에 '품목조정률' 방식뿐만 아니라 '지수조정률' 방식을 명시해 지수 변동에 따른 공사비 인상이 가능한데, 이 지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등으로 건설 원자잿값이 폭등하고, 노무비도 큰 폭으로 오르면서 건설 물가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12월 153.26으로 2020년 말 121.80과 비교해 25.8% 널 뛰었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인 12.3%의 2배에 달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공 발주 사업은 물가 인상을 반영하긴 하지만, 기준이 소비자물가지수라 건설공사비지수와 차이가 크다"며 "이미 시작한 프로젝트는 큰 손해를 감내하면서 진행 중이고, 물가 인상 반영 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