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시멘트부터 청약줍줍까지…국감속 '정책' 손질하나
줍줍 '무주택자'만 가능?…"내집마련 취지에서 변질"
정책대출은 물론 숙원사업 '신공항'에도 강한 목소리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중국산 시멘트 수입부터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제도의 개편, 정책 대출 등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언급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개선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는 만큼 정책 손질이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7일 있었던 국토교통위원회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선 무순위 청약 제도 개편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주택을 소유했는지, 어디에 사는지 그리고 청약이 과열된 지역인지 그렇지 않은 지역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해법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과거처럼 무주택자이면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만 무순위 청약에 접수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무순위 청약이란 신청 자격이 안 되거나 계약 포기 또는 불법 전매 등의 행위로 계약이 취소된 물량을 공급하는 절차다. 특히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기 때문에 청약통장이 없어도 지원할 수 있다.
지난 2021년에만 해도 해당 지역에 거주하면서 무주택자인자만 신청할 수 있었으나, 이듬해인 2022년 시장 침체를 이유로 거주지역과 무주택 요건을 폐지했다.
그러나 문턱이 낮아진 영향으로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가 곳곳에서 몰려들며,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듣게 됐다.
지난 7월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94만 4780명이 몰리며 청약 홈페이지까지 마비되는 일도 있었다.
정치권에서 무순위 청약 제도 개편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토위 한 관계자는 "지금의 줍줍은 오히려 가점이 낮은 이들도 내집마련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본래의 취지는 변질됐다"며 "국토부가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종합감사 때 다시 한번 짚어볼 것"이라고 했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대출 역시 논쟁 거리다. 정책대출은 시중보다 낮은 금리가 적용돼 집값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일례로 신생아 특례대출은 주택 구입 시 최대 5억원까지 1.6∼3.3%의 저금리로 빌릴 수 있다. 가격 9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가 대상 주택이다.
국토부는 청년층 내집마련 지원을 위해 필요한 대출인만큼 대상을 유지는 하되, 관리는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관리방안은 시행 예정이었던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기준 완화 속도조절과 대출 금리 인상이다.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대출 금리를 기존보다 최대 0.4%포인트(p) 인상하기도 했는데, 이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수혜 대상 또는 지원 규모를 축소하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박상우 장관은 "생애 최초 주택 마련 대출이나 신생아 특례대출은 중요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출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금리는 시중금리하고 너무 차이가 나면 곤란해 연동시켜 나가고 있다"고 했다.
중국산 시멘트 수입 문제도 국감에서 주요하게 다뤄진 사안 중 하나다. 정부가 치솟는 공사비를 정상화하기 위해 시멘트 수입을 해법으로 제시했는데, 품질보장 및 국내 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시멘트 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라며 "중국산 저가 시멘트로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을 국민 정서상도 납득하기 어렵다. 국내 시멘트업계의 실적은 약화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R&D 설비투자 감소로 업계 경쟁력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건설, 시멘트 업계 간 협의를 유도하되, 원활치 않을 경우 수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해외 시멘트 수입도 정부가 가능하면 문을 열어 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가 있다"며 "수입이 이루어지더라도 극소량이 이루어질 것이고, KS 기준을 충족하는 물건들이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협의체를 통해서 수급상 애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타깃이다 걱정하시는 국내 시멘트 산업이 그것 때문에 타격을 받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신 시멘트 향토기업의 부실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클 수 있어 종합국감에서도 여야의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공항 사업 관련해서도 여야 모두 정조준하고 있다.
우선 가덕도 신공항은 기본설계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활주로 방향이 남북이 아닌 동서로 정해졌는데, 이 과정에서 활용한 기상청의 풍향 자료가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장비 장애로 잘못 측정된 자료라는 것이다.
실제 활주로 방향 설계에 근거가 됐던 2020년과 2021년 '동풍' 비중이 높다는 자료는 삭제된 상태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서 다시 한번 기본설계 과정에서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겠다”며 "범위를 넓혀서 봐도 기본계획 방향으로 하는 게 유사하다는 보고서도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맞는지를 넓은 풀을 통해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숙원사업인 새만금 신공항 문제도 쟁점 중 하나다. 지역에선 타 지방공항보다 규모가 작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새만금공항은 현재 2500m 활주로에 C급 중형화물기만 운항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국내 항공사가 보유 중인 화물 항공기가 대다수가 D‧E급 중대형이다.
다만 착공이 당장 내년으로 예정돼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만큼 설계변경에는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박 장관도 국감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하루빨리 지금 예정된 공항 계획을 완성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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