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10억 로또' 청약 광풍…'분양가 상한제' 손질 나설까

분양가 억제, 집값 상승 자극제 됐나
제도 개선 필요하나…폐지 시 가격 자극 우려도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2024.9.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서울 강남에서 '로또 청약' 광풍이 불면서,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폐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록적인 청약 경쟁률과 함께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이 제도가 실제로 주택 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있는지에 의문이란 지적이다.

◇'시세차익만 10억' 강남 로또청약 줄줄이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21일 진행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의 1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이 667.3대 1을 기록했다. 85가구 모집에 총 5만 6717명이 몰린 것이다.

이는 지난 7월 공급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의 1순위 경쟁률(527대 1)을 넘어선 것으로, 올해 강남권에서 공급된 단지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7209만 원으로, 전용 59㎡는 17억 3900만 원에서 20억 1980만 원, 전용 84㎡는 22억 9110만 원에서 25억 220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 중에서도 가장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약자들이 몰린 이유는 인근 '청담 자이'의 전용 82㎡가 지난 6월 32억 9000만 원(8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했을 때, 당첨 시 10억 원 안팎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감이 청약 열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강남 3구에서는 또 다른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들이 청약을 앞두고 있다. 삼성물산(028260)과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다음 달 송파구에서 '잠실 래미안아이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또 삼성물산은 올해 안에 서초구에서 '래미안 원페를라'를 분양할 계획이다. 이들 단지 역시 높은 시세차익이 기대되면서 청약 열풍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들. 2024.9.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분상제' 청약 과열 유발...전문가 "제도 개선 필요"

분양가 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제한해 주택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가 오히려 청약 과열을 유발하고,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를 집중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의 인기 지역에선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에서 억대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 수요까지 몰리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 가격 안정에 기여한 부분도 있지만, 현재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분양가 상한제가 공공택지에서는 주거 안정을 도모할 수 있지만, 민간택지에서는 시장의 본연의 기능을 저해하고 있다"라며 "강남 3구와 같은 지역에서 분상제를 해제한다면 분양가는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윤 팀장은 "특히 분양가가 한 번 상승하면 다시 떨어지기 어려운 구조이므로, 정부가 분양가 상승 속도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가 청약 과열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분상제가 도입된 지역에서는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아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청약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주변 시세는 오히려 더 오르고, 실수요자들이 청약 당첨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빈번하다"라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이어 "현 제도로는 실수요자 보호와 주택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라며 "분양가 상한제는 수정이 불가피하고, 공급 확대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hj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