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대출' 집값 불안 주범이라고?…"상승 진원지와 전혀 무관"

DSR 포함·금리 인상 전망…"시중 대출같이 취급 안돼"
실수요자 불편 가중 지적, "지방 회복 더뎌진다" 우려도

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집값 상승을 초래한 원인과 관련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 모기지론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도 세간의 우려는 인식하고 있지만, 목적이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지원인 만큼 제한을 두는 것엔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32조 1000억 원) 가운데 은행 재원으로 나간 정책대출은 22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정책 대출의 선호가 높았던 까닭은 저렴한 금리 덕분이다. 신생아 특례 대출은 담보주택 평가액 9억 원(임차보증금 4억~5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 원(전세 3억 원)을 소득·대출만기별로 1.2~3.3%(전세 1.0%~3.0%)의 초저금리로 제공된다. 디딤돌 상품 역시 시중의 금리보다 저렴한 2~3%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저렴하게 빌린 자금들이 대규모로 부동산에 쏟아진 것이 최근의 집값 상승을 가속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역시 정책대출의 세간의 우려를 인식하고 정책자금 대출(정책모기지론)에 대해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만약 규제를 가한다고 한다면 유력한 방안은 금융당국에서 언급했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에 정책 대출도 포함하는 것이다.

DSR이란 차주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차주의 연소득으로 나눈 수치로, 현재 40%를 넘길 경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만약 DSR에 포함되게 되면 정책 대출로 지금과 같이 저리에 많은 금액을 빌릴 수 없게 된다.

지금보다 대출 금리를 올리는 방안이 선택될 수 있다.

다만 해당 대출을 운영하는 국토교통부에선 제한을 두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서민 실수요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인 만큼 시중 대출과는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책 대출이라는 것이 서민 실수요자 대출을 해주는 건데, 금감원에서 시중은행 관리하는 것과 같이 관리를 할 수는 없다"며 "DSR에 포함하면 저소득자일수록 대출을 조금 내주겠다는 의미인데, 그걸 국토부가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딤돌 등 정책 대출의 금리를 올렸던 것도 그간 안 올려 커졌던 갭을 줄이려는 의도였지, 대출을 적게 내주겠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국토부가 해야 할 건 투기성 수요와 같은 불필요한 수요를 줄여나가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정책 대출의 손질은 불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현재 집값 상승 진원지는 정책 대출의 대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지역이라는 이유에서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는 "신생아 특례가 9억 원 이하 주택이 대상인데, 지금 집값 상승은 강남이나 마용성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전혀 정책 대출과는 관계가 없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정책 대출의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높이게 되면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굳이 정책 대출을 건드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특히 정책 대출의 규제로 인해 수도권 시장이 주춤하면 지방의 회복이 요원해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정렬 교수는 "처음부터 지방과 수도권의 조건을 달리 설정하는 등 디테일하게 설계했어야 했다. 이런 조치로 수도권 시장이 주춤하게 되면 지방은 회복될 여력 자체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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