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같았는데, 日과 리츠 규모 20배 벌어진 까닭은[리츠가 뜬다]②

국내 상장리츠 규모 7.1조…일본 140조, 싱가포르 91조
취득세 중과에 종부세 합산까지…"리츠를 투기세력 지목"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우리나라에 리츠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2001년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기업들의 보유 부동산 유동화를 통한 기업구조 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지금 국내 리츠 시장은 지난 7월 기준 384개의 리츠가 등록됐고, 자산규모별로는 98조 55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리츠를 도입한 일본이나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싱가포르는 2002년으로 우리나라보다도 늦게 리츠를 도입했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상장리츠 기준 일본은 리츠 규모가 140조 4000억 원, 싱가포르는 91조 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7조 1000억 원 수준으로 이들 국가가 각각 19.7배, 12.8배 크다.

리츠의 본고장인 미국의 경우 시장 규모는 1575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캐나다는 55조 4000억 원, 호주는 114조 1000억 원이다.

이렇게까지 격차가 벌어진 이유는 리츠가 지원이 아닌 규제 대상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일본 리츠는 일본 연기금과 중앙은행이 정기적으로 매수하면서 꾸준히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스폰서 제도가 리츠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대형 디벨로퍼, 건설사, 부동산 펀드 운용사, 금융기관 등 스폰서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리츠가 위탁관리하고, 향후 재개발 또는 리모델링이 필요할 때는 스폰서가 해당 부동산을 재매입하는 방식으로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이 영향으로 일본 리츠는 일본 내 핵심 자산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도쿄 주요 23구 내의 자산을 집중적으로 매입했고, 도쿄권 내 A급 물류센터 재고의 8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부펀드 지원 등을 통해 리츠를 키웠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소유한 메이플트리, 캐피털랜드 등 운용사들이 스폰서로 나섰다.

한강에서 바라본 용산국제업무지구 전경(서울시 제공, 기사 내용과 무관함). News1 전준우 기자

◇스폰서 없는 '국내 리츠' 투기수요로 보는 시각까지

반면 국내에는 스폰서 제도가 없다. 일본이나 싱가포르와 달리 별다른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투자자를 모아야 하는 만큼 성장에 한계가 있다.

김경환 한국부동산금융포럼 회장은 "일본의 경우 대형은행과 대기업들이 보유한 대규모의 상업용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해 대형리츠 중심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의 경우는 정부가 싱가포르를 리츠의 글로벌 허브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왔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스폰서 리츠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설립 절차도 한몫했다. 국내 리츠는 인가제를 차용하고 있는데, 설립하려면 '국토부 사전 확인→설립 인가 신청→설립 예비인가→설립인가' 등의 과정이 존재했다.

특히 이 과정이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심사도 까다롭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지금은 국토교통부의 규제 완화로 예비인가 절차는 폐지됐다.

세금 규제도 리츠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리츠가 부동산을 매입할 때도 보유했을 때도 취득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합산을 통해 고세율을 적용한다. 결국 지출이 늘어나면 배당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의 경우 정책 차원에서 리츠가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해 취득세와 등록면허세를 감면해 주고 있다.

정병윤 한국리츠협회 회장은 "그간 리츠를 너무 규제 위주로 운영을 해왔다"며 "특히 취득세를 중과하고 종부세를 합산하는 등 정부가 리츠를 부동산 투기로 보는 시각마저 있었다. 일본과 시작은 비슷했지만, 국가적 지원 여부로 이렇게까지 규모가 벌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