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텅텅' 상가 무덤 세종시, "임대료 내려도 소용없어요"
1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 22년 20.3%→24년 24.8% '상승'
공급↑·수요↓…"상업용지 공급량 조절, 용도규제 완화해야"
- 조용훈 기자
"분양받고 월세 한 번도 못 받아본 주인도 있어요. '상가 무덤'이라는 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에요."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세종 지역의 상가 공실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 상가 공인중개사들은 당초 수요 대비 과도한 공급 문제에, 최근엔 고금리‧고물가 부담에 소비자 지갑까지 닫히면서 지역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종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4.8%로, 전국 평균(13.7%)의 약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지난 2022년 1분기(20.3%) 때보다 4.5%p(포인트) 높은 수치다. 1분기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11.3%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세종시의 상가 공실률이 유독 높은 건 애초 수요 대비 과도한 상가 공급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유석 대전과학기술대 금융부동산행정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상권이 형성되고, 상가가 채워지려면 유동인구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세종은 도시 계획단계에서부터 상가 공급을 과하게 잡은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2030년 인구 50만명이 사는 도시를 목표로 조성됐다. 지난해 말 기준 세종시 전체 인구는 39만여명으로, 이 가운데 행정중심복합도시 내 거주 인구는 약 30만명 수준이다.
아파트 단지 내 높은 상가 비중도 상업지역의 상가 공실률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대표적으로 세종시 보람동 호려울마을 7단지(548가구)의 주거 대비 상가 비중은 30.5%로, 가구당 근생면적이 11.7평(38.56㎡)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세종시 보람동, 나성동 등 일부 지역의 임대인들은 공실 장기화 속 늘어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면서 줄줄이 경매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상가는 감정가 대비 절반 이하 가격에도 주인을 못 찾고 있다. 세종시 금강에 맞닿은 세종시 보람동의 한 상가는 최초 5억 3600만 원에 경매가 시작됐지만 3회나 유찰되며 현재 1억 8300만 원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세종시 상가 평균 낙찰가율(최초 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42.8%로, 지난해 같은 기간(45.5%)보다 2.7%p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상가 공실 해소를 위해 상업용지 공급량을 조절하고, 용도규제를 일부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석희 한국부동산연구원 부연구위원 "상업환경 변화, 비대면문화 확산, 상권 외 상업시설 규모 등을 고려해 신도시 및 택지개발 관련 지침상의 상업·업무용지 비율을 조정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구단위계획 내용 중 용도 관련 규정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최민호 세종시장은 "극심한 공실 사태를 빚는 일부 대규모 상가에 대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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