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부담’ 줄여주는 우수선화주기업 인증제?…“세제혜택 받기 바늘구멍”

업계 "국적선사 연간 '40% 이상' 이용 기준 너무 높다" 하소연
관계 부처, 기준 완화 '협의 중'…전문가 "탄력 운영, 제도 취지 살려야"

25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4.4.25/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부가 선·화주기업 간 상생을 촉진하겠다며 도입한 '우수선화주기업 인증제도'의 취지가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어렵게 인증을 획득해도 법인세 혜택을 받기 위한 요건이 워낙에 까다로워 실질적 제도 혜택을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탓에 업계에서는 연간 40% 이상의 국적선사 의무적 이용 비율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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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혜택 요건 충족 현실적 '불가능', 제도 실효성 '의문'

1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앞서 정부는 지난 2018년 범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서 우수 선화주기업 인증제도 도입을 중점 추진과제로 포함시켰다. 이어 지난 2019년 관련 법안(해운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 이듬해 도입돼 올해 5년 차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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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선화주기업 인증제도는 국적선사 이용률을 증대하는 한편 선·화주 간 불공정 관행 근절 및 상생협력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선화주 상생협력 기업에 해양수산부 장관이 인증을 부여하면, 정책금융 우대금리, 법인세 및 항만시설사용료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문제는 우수 선화주기업 인증을 받더라도 법인세 감면을 받기 위한 요건인 연간 40% 이상의 국적선사 이용 비율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탓에 지금도 다수의 인증기업 중 일부만 법인세 공제 혜택을 누리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주력 수출 지역인 북미와 유럽은 국적선사 중 HMM과 SM상선만 취항 중"이라며 "국적선사 사용비율을 40%까지 높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북미와 유럽 물량을 많이 취급해 수출에 이바지할수록 법인세 공제 혜택을 받기 어려운 불합리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우수선화주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가 국적선사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도 미흡하고, 화주인 국내 수출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양수산부 정부세종청사.

◇해수부·기재부, 국적선사 이용비율 완화 '협의'…전문가 "탄력적 제도 운용 필요"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업계의 이런 지적에 충분히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업계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듣고 있다"며 "국적선사 이용 비율을 낮추고 더 많은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와도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연내 합의점을 찾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기재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수부와 협의가 진행 중인 건 사실이다. 다만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며 "이것저것 고려할 부분이 많아 부처 간 협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해운경쟁력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국적선사 이용 비율을 일부 완화해 제도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수한 중앙대학교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세제혜택을 주기 위해 어떤 조건이나 기준이 필요한 건 맞지만, 산업별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도한 기준을 제시한 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 특성이나 제도 취지를 감안해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관련 부처들도 탄력성 있게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동현 평택대학교 총장(전 평택대학교 무역물류학과 교수) 역시 "제도적 틀만 놓고 보면 국적선사나 수출 기업 입장에서 좋은 제도"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적선사를 반드시 40% 이상 이용하라는 기준에만 묶이지 말고 조금은 유연하게 제도를 운용해 선·화주 기업 모두가 상생하는 틀을 갖추도록 만들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