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30년된 낡은 아파트, 재건축·리모델링 '손익계산' 해보니[집이야기]
정비사업 방식 장단점 따져보니 '극과 극'
전문가, 양쪽 가능할 경우 '수익성' 따져야
- 한지명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아파트도 나이를 먹는다. 전국에서 준공 15년이 넘는 아파트는 821만여가구로 집계된다. 우리나라 전체 아파트의 65%를 차지하는 숫자다. 전국 아파트 10곳 중 7곳은 노후 아파트인 셈이다.
이들 아파트는 지은 지 15년 이상 되면 리모델링을, 30년 이상이 되면 재건축을 할 수 있어 향후 주민들이 사업방향을 저울질해야 한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의 구조를 유지한 채 수평·수직으로 증축해 주택을 다시 짓는 사업이다. 준공 후 15년이면 추진할 수 있어 30년을 넘어야 하는 재건축보다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또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B등급이기만 해도 돼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는 재건축보다 문턱이 낮다. 초과이익환수제와 전매제한을 적용받지 않아 그동안은 재건축의 대체재로 여겨졌다.
재건축할 경우 아파트 층수나 건물 배치가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도 개방감 있고 조경 면적이 넓은 단지 구성이 가능하다. 향후 가격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입지에 따라 용적률이 높아도 재건축이 유리할 수 있다. 서울 강남권 등 땅값이나 아파트값이 비싼 지역은 늘어나는 가구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도 일반분양가를 비싸게 받아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크다. 기존 용적률이 높아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사업성이 된다는 뜻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압구정동과 같이 땅값이 비싼 지역은 용적률이 230%가 넘는 아파트도 재건축 사업성이 있다"며 "리모델링은 내력벽 규제나 층고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단지 고급화에 한계가 있어 주민들은 가능하다면 재건축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준공한 지 아직 30년이 되지 않았거나 빠른 사업 진행을 원한다면 리모델링이 답이 될 수 있다.
재건축은 첫 관문인 안전진단 통과부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구역지정 및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리모델링은 안전진단과 건축심의 등만 거치면 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각종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이 모두 가능할 경우, 수익성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반분양 물량이다. 분양수입금이 많으면 조합원의 비용 부담은 그만큼 줄어든다. 리모델링은 기존 가구의 15%까지만 가구 수를 늘릴 수 있고, 재건축은 용적률에 따라 일반분양 가구가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기존 용적률이 낮고 지은 지 30년이 넘어 재건축 가능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저층(5~10층) 아파트는 일반분양 물량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재건축이 낫다고 분석한다.
반면 이미 용적률이 200%를 웃도는 15층 내외 중층 아파트는 용적률 상승 폭이 크지 않아 3개 층 수직증축을 통한 리모델링이 유리할 수 있다.
류지택 서울시리모델링주택조합협의회 부회장은 "기존 용적률 250%, 소규모 단지들은 리모델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서울은 물론 전국 주택 공급량의 상당 부분이 리모델링 아파트 단지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전했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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