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승 이유 있었다…빌트인 가구 담합에 건설업계 “추가 검증 고려”

31개 가구 제조·판매사, 공동주택 빌트인 가구 입찰가 담합
분양가 상승 원인으로 지목…“발주량 늘 때 발생해 큰 문제”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31곳의 가구 제조·판매사가 공동주택 빌트인 가구 입찰가 담합으로 적발됐다. 이들의 담합이 분양가 상승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일부 건설업체는 관련해 추가적인 입찰 검증 시스템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총 738건의 특판가구 구매입찰에서 31개 가구 제조·판매업체가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합의하거나 투찰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31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빌트인 특판가구는 싱크대·붙박이장처럼 신축 아파트·오피스텔에 설치되는 가구로, 해당 비용은 아파트 등의 분양원가에 포함돼 있다. 공정위는 해당 담합의 관련 매출액이 1조9457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아파트 분양원가 상승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담합 적발 업체는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 △넵스 △넥시스디자인그룹 △한샘넥서스 △우아미 △꿈그린 △KCC글라스 △스페이스맥스 △선앤엘인테리어 △베스띠아 △리버스 △에몬스가구 △위다스 △파블로 △현대엘앤씨 △SF훼미리 △대주 △에넥스잠실특판 △라비채 △매트프라자 △한샘특판부산경남 △제스디자인 △한특퍼니쳐 △내외 △비앤드케이 △제노라인 △보루네오특판 △동명아트 △세한프레시젼 등이다.

국내 건설사는 특판가구 구매 시 등록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지명경쟁입찰을 실시해 최저가 투찰 업체와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가구업체의 건설사별 영업담당자는 입찰 참여 전 모임 또는 유선 연락 등을 통해 낙찰예정자·들러리 참여자·입찰가격 등을 합의했다.

입찰 담합이 발생한 현장의 사업자에는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DL건설,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우미건설, 한양, 쌍용건설, 고려개발, 금호건설, 계룡건설, 금성백조주택, 두산건설, 한화, 호반건설, 라인건설, 시티건설, 이수건설, 코오롱글로벌, 동원개발, IS동서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건설업체는 해당 담합이 건설사 피해이자 분양자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추가적인 입찰 검증 방안 마련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원이 원하는 브랜드를 쓸 수밖에 없는데, 담합 업체를 배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특히 판매처 풀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가구업체) 담합을 막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어 “입찰 시 더욱 심도 있게 들여다볼 계획”이라면서도 “무엇보다 가구업계 스스로 바뀌어야 하는 부분인데, 사정기관 몫도 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담합은 업계 전반이 힘든 경우 생길 수 있는데, 공정위가 발표한 시기는 건설 발주 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할 때”라며 “(발주량 증가로) 돈을 많이 벌 시기에 담합한 건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hwsh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