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가슴앓이 건설업계…"실효성 의문, 2년 '유예' 재추진해야"[부동산혁신]①

도입 2년 만에 전면 '확대' 시행…중소 건설사 "기업 존립 위태, 생존권 위협"
건설사 96%, 안전체계, 인력·예산 '태부족' …"기업 특성 고려않고 '의무'만 규정"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지역본부가 1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중소기업대표 1000여명이 함께한 가운데 '50인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촉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24.2.19/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 범위가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본격 확대되면서 국내 건설업계를 덮친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고금리, 공사비 상승 등 '삼중고' 시달리는 상황에서 감당하기 버거운 경영 부담만 더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처법의 재해예방 효과가 미미한 데다, 충분한 준비기간도 없이 도입된 만큼 2년의 추가 유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처법은 지난 1월 27일부로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최초 법 시행 이후 2년 만이다. 이에 따라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의 대표나 법인, 개인사업자 및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도 중처법 적용 범위에 포함됐다.

앞서 중처법은 지난 2022년 1월 27일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됐지만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해 올해부터 확대 적용됐다.

당장 중소 건설업계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건설 수주가 줄어 한계에 내몰린 업체들은 기업 존립까지 우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이 올해 가장 부담되는 규제로 중처법을 꼽을만큼 기업 입장에선 큰 걱정거리인 셈이다.

지방의 한 중소건설업체 대표는 "중처법 시행 이후 대형 건설사들도 우왕좌왕하는데, 우리 같은 영세 건설사들은 어떻게 하란 거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은 자본과 인력이라도 있지만 우리는 생존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그간 중소건설업체들은 최소한의 준비 시간이라도 달라며 정부와 국회에 중처법 2년 유예를 호소해왔다.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완충' 기간을 두자는 취지였지만 결국 여야 합의 불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앞서 지난해 말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전문건설사 781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처법 대응을 위해 안전 관리체계 구축, 인력·예산 편성 등의 조치를 한 기업은 전체의 3.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6일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의 모습. 2023.12.2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법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망자 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며 "중처법이 재해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50인 이상 사업장 중 건설업계 한해 사망자는 중처법 시행 이전인 2021년 119명으로, 법 시행 이후인 2022년(115명), 2023년(122명)과 비슷한 규모로 나타났다.

이러한 탓에 홍성호 선임 연구위원은 "현행 중처법은 기업 규모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의무만 규정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할 때 경영책임자에 대한 의무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중처법 적용 시기를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재추진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콘퍼런스홀에서 <‘신도시·메가시티·GTX’ 속도 내는 도시혁신>이라는 주제로 2024년도 <뉴스1> 건설부동산부 포럼이 개최된다.

이날 행사에서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묶인 건설업계, 문제점과 해법은'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