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전세포비아'…봄 이사철 이것만은 '꼭'[부동산백서]

비아파트 '전세기피' 심화…단, 작년 전세비중 30% 내외 '수요' 여전
주변 시세·등기부 권리관계·임대인 세금체납 여부 등 '반드시' 확인해야

17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30대)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현관문에 전세사기 피해 수사 대상 주택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3.4.17/뉴스1 ⓒ News1 정진욱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본격적인 봄 이사철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에 전세포비아(공포증)가 또다시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전세사기 피해 여파로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전세매물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잘못된 부동산 계약 한 번으로 많게는 억대의 보증금을 떼일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집을 계약하기 전 피해를 막기 위한 중요 정보들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월세 거래(보증부 월세·반전세 등 포함) 비중은 전체 54.9%로 전년(52%) 대비 2.9%포인트(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월세 비중은 65.6%로 2022년(59.6%)보다 6%포인트 늘어났습니다. 이는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전세사기 피해로 임차인들의 월세선호 현상이 더욱 짙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현재 부동산 시장은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월하는, 이른바 '깡통 전세' 현상과 대출을 어렵게 한 고금리 상황이 맞물리면서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많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전세 사기 피해는 계약 전부터 몇 가지 사항만 체크한다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우선 주변 부동산의 매매가와 전세가를 파악해야 합니다. 계약하려는 집의 전세금이 주변 시세 대비 너무 높거나 집값의 80% 이상이라면 전세 사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시세는 공인중개사 말에 의존하기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홈페이지에 들어가 직접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또 지난해 출시된 '안심전세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심전세앱의 경우 현재 신축빌라, 오피스텔뿐 아니라 대형 아파트 등 전국 1252만 가구의 시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세 파악이 끝났다면 해당 부동산의 선순위 근저당권 등 권리관계와 집주인 채무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엄 변호사는 "집주인의 채무 상태가 좋지 않아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낙찰금이 변제 순위에 따라 배당된다"며 "만약 세입자의 보증금보다 근저당권이 앞선다면 전세금 변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집주인의 채무 상태확인은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건물 전체가 한 명의 집주인으로 이뤄진 다가구주택은 다수의 세입자가 있기 때문에 본인보다 순위가 우선하는 보증금을 확인해 문제 발생 시 변제받을 수 있는 금액을 가늠해 봐야 합니다.

집주인의 세금체납 사실 여부도 필수 확인 목록 중 하나입니다. 전세 사기사건 중 상당수는 집주인의 세금체납 사실을 세입자가 알지 못한 채 계약하면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과세당국은 지난해 4월부터 임대인 동의 없이도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미납국세열람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전입신고가 불가능한 무허가·불법건축물(건축물대장), 신탁회사의 동의 없는 계약, 대리계약에 따른 위임장 확인,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 등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