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수억원 '하락거래'…찬바람 부는 '서울' 아파트시장

직전 최고가 대비 수억원 '뚝뚝'…영끌족 성지 노·도·강도 '직격탄'
실수요자 매수세 '위축'…경기위축·대출규제 등 상승요인 '제약'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의 모습. 2024.1.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서울 아파트 시장의 침체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최근 한두 달 새 서울 곳곳에 수억 원대의 하락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매수·매도자 간 힘겨루기 속에 시장 내 매물이 쌓이면서 향후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 아파트(2390세대) 130.73㎡는 30억2500만 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이는 전달 실거래가(33억원) 대비 2억7500만 원, 직전 최고가(37억 원) 대비 4억 원 각각 하락한 가격이다.

같은달 20일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2단지(5540세대) 126.18㎡ 11층 역시 25억 원에 실거래 신고됐는데, 같은 층의 직전 최고가는 31억5000만 원으로 6억5000만 원이 급락했다.

지난달 29일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2(1232세대) 126.33㎡는 32억5000만 원으로 거래되면서 직전 거래(34억2000만 원) 대비 1억7000만 원, 직전 최고가(38억 원) 대비 5억5000만 원 가격이 내렸다.

특히, 지난 2021년 집값 급등 시기 이른바 2030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사람)이 몰려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달 27일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2646세대) 59.28㎡ 9층은 5억8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직전 최고가인 9억4000만 원 대비 3억6000만 원 하락한 금액이다. 사실상 앞선 시세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집값 급등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회귀한 셈이다.

이밖에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2061세대) 84.45㎡는 지난달 8억 원 초반에 다수의 실거래라 신고되면서 직전 최고가인 12억 원에서 약 4억 원 가까이 하락했다.

이처럼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맥을 못 추는 원인 중 하나는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실수요자 매수세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2.9로 여전히 아파트를 '살' 사람보다는 '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파트 매매시장의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보다 높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지난해 12월 4일 하락세로 돌아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이번주 까지 11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도 1·10 부동산 대책,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부의 각종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지금 같은 시장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거란 분석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은 "경기 위축과 스트레스DSR 시행 등 매수자 관망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본격적인 거래 활성화보다는 급매물 위주의 거래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교통, 재건축 등 개발 이슈가 있는 일부 지역 중심으로 미래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격 하방 압력을 버틸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