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세 보증사고액 수도권만 4조원…커지는 임대시장 '경고음'[부동산백서]

수도권에서만 4조원…서울은 1.3조원
공시가 추가 하락…역전세 추가 발생 가능성

사진은 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빌라촌의 모습. 2022.7.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임차인이 제때 돌려받지 못한 전세 보증금이 지난해 4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전세사기 대란, 역전세 등 비(非)아파트 시장에 혼란이 가중된 영향입니다.

18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 '임대차 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보증사고 금액 및 건수는 각각 총 4조3346억8865만 원, 1만9350건입니다.

◇수도권에서만 4조 92% 차지…서울은 1.3조

월별로 보면 1월 2232억2240만 원으로 저점이었으나 3월 3199억3702만 원, 5월 3251억7069만 원, 6월 4442억5568만 원에 이어 8월엔 '4946억892만 원'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12월엔 3690억6624만 원으로, 9월 4320억244만 원에 이어 3개월째 하락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지난해 연초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보증사고는 대부분 수도권에서 발생했습니다. 작년 수도권 보증사고 건수는 1만7686건인데 전국에서 발생한 사고 중 91.4%가 수도권에 몰린 것입니다.

작년 수도권 보증사고 금액 총액은 3조9971억7313만 원입니다. 전국에서 발생한 사고 중 92%가 수도권에 몰린 것입니다. 1월 2005억8590만 원으로 저점이었으나, 8월 4672억1092만 원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의 경우 작년 5065건의 보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전국 26.2%가 서울에 몰린 수준입니다. 보증사고 금액의 경우 1조3204억 원인데, 이는 전국 총액의 30.4%를 차지합니다.

전세사기의 경우 서울 강서구, 인천 미추홀, 경기 화성 동탄, 수원 등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해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율을 끌어올린 듯합니다.

통상 보증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공공이 대신 갚는 대위변제 수순으로 들어갑니다. 다만 대위변제 후 회수율은 10%대에 불과합니다. 보통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지급한 뒤 구상권 청구를 통해 임대인에게 대위변제금을 회수하거나, 임대인이 보유한 주택을 경매에 넘겨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다만 지난해 7월 기준까지 회수율은 15%에 불과했습니다. 보증사고 금액이 계속 큰 수준을 유지할 경우 HUG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는 역전세, 전세사기 대란 등 여파로 사고건수 및 금액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이에 단독·다가구 갭투자가 줄어들고, 거래량 자체도 줄어드는 등 비아파트 기피 현상은 심화했습니다.

일례로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강화(공시가격의 150%→126%)되면서 역전세가 발생한 영향이 큽니다. 전세금을 많게는 수천만 원씩 내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사고건수 및 금액이 증가한 것입니다.

20일 오전 서울 강서구 빌라 밀집 지역에서 시민이 길을 걷고 있다. 2023.7.2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공시가 추가 하락에…추가 역전세 대란 발생 가능성

올해 또 한번의 역전세가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 추이를 꾸준히 지켜봐야 합니다. 올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동결됐는데, 지난해 전세사기 등 여파로 집값이 내려간 연립·다세대(빌라), 오피스텔 등의 경우 공시가가 내려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주택 가격 산정 때 공시가격 적용 비율은 지난 2022년까진 150%였으나, 지난해부터 140%만 적용됩니다. 여기에 지난해 5월 1일부터 HUG의 전세보증 가입 기준 강화에 따라 전세가율은 100%에서 90%로 강화돼 실질적으로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140%의 90%) 이내여야 보증가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에 올해 공시가가 내려가면, 기존 전세 보증금보다 더 낮은 금액에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역전세가 추가로 발생할 경우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사업자들이 나올 것입니다.

강희창 비아파트총연맹 공동회장은 "꽁꽁 얼어붙은 빌라·오피스텔에 찬물을 들이붓는 격"이라며 "공시가격이 5%만 하락한다고 해도 단순히 계산할 경우 기존 3억원 전세의 경우 수천만 원의 보증금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d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