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95%가 빚? 커지는 PF 재구조화 요구…"시행사도 자금 여력 갖춰야"
개발비 95%가 대출…시장 변화 등 변동성에 극히 취약
"PF 구조 바꾸자" 한목소리…시행사가 사업비 30%는 내야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행할 때 자기자본 없이 개발비의 95%가량 '빚'을 내 투입하는 구조인 데다, 준공보증 등 건설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 지금처럼 시장 침체 등 변동에는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어서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7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부동산시장 현안 대응을 위한 릴레이 세미나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대한건설정책연구원,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등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김지혜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부동산 PF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건설 시행 구조는 PF에 의존하고 있다. 땅을 살 때부터 대출을 일으켜 사업을 시작하는데, 극단적으로 말하면 내돈 한푼 들이지 않고도 시행이 가능하다.
예컨대 1000억원짜리 사업장이 있다면 시행사는 총 사업비 중 5%에 해당하는 50억원만 투입하고 나머지는 모두 대출로 충당한다. 이후 아파트가 준공이 되면 분양 수익을 통해 대출을 갚고 수익을 실현한다. 지금처럼 분양이 어려운 상황에선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책임준공 등으로 신용도가 높은 건설사에 보증을 세우기 때문이다. 만약 사업이 중간에 엎어지거나 하면 시공사에는 채무를 상환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결국 사업 구조가 빚에 의존하는 데다가 시공사에 보증을 세우는 형태라, 시장 침체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
반면 미국 등은 우리와는 다른 시행 방식을 따른다. 땅은 시행사의 자본으로 사들이고, 공사를 진행할 때가 돼서야 대출을 일으킨다. 선분양(주로 상업용 부동산)하는 경우에도 수분양자의 자금을 사업비로 활용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PF 구조는 위험도가 높다고 설명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지금은 변동성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건설사도 시행사도 모두 무너지는 구조"라며 "시중은행에서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 심사를 하고, 자본력이 있는 시행사에만 대출을 내주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는 "PF는 원래라면 해당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따져서 대출이 나가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 관계없이 시공사의 보증만 있다면 가능하다"며 "시행사가 전체 사업비의 20~30% 수준은 부담하는 구조로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PF의 사업구조가 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부동산 PF 사업에 대한 근본 관리 방안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나중에 아파트를 짓고 분양하는데, 분양 가격이 폭락하게 되면 줄줄이 영향을 받는, 쉽게 말해서 다 폭망하는 구조"라며 "현행 구조에선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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