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씩 떨어지는데 계약해야 할까요"…고분양가·집값하락에 '청약당첨'도 고민

수백대 1의 경쟁률 기록하고도…"계약안해" 무순위로
"강북이 강남보다 비싸기도…계약포기 사례 이어질 것"

2024.1.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청약 당첨자들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공사비와 인건비 증가로 분양가는 높아졌지만, 집값 하락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과거와 달리 수억원의 안전마진은커녕, 손실을 보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지난 3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11월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수백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실제 계약까지는 이어지지 않으면서 무순위 청약 절차까지 진행하게 됐다.

동대문구 답십리동 일대에 분양된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는 일반분양 전체 121가구 중 54가구가, 미계약됐다.

비싼 분양가가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12억~13억원 수준이었고, 래미안 라그란데 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11억원에 달했다.

앞서 인근에서 분양한 휘경자이 디센시아(전용 84㎡ 기준 9억7600만원)와 래미안 라그란데(10억9900만원)와 비교하면 많게는 3억원 이상 차이가 발생한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계약 포기를 고민하는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영통역 자이 프라시엘에 당첨됐다는 A씨는 "1억3000만원 정도가 있는데, 중도금 대출부터 옵션을 넣으면 9억원이 넘는다"며 "포기할 생각이 들다가도 2009년부터 넣은 16점짜리 통장이 너무 아깝고 허무하다. 어떻게 하는게 맞을까요"라고 적었다.

특히 최근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뷰에 예비당첨이 된 수요자도 생애최초로 당첨된 수요자도 계약을 할지말지 고민 중이라는 글이 다수 등록된 상태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지속되는데 반해, 분양가가 치솟고 있는 만큼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지난달 말 기준 3.3㎡당 평균 분양가격이 3494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7.36% 올랐다.

최근에는 서울 강북 한강변에 3.3㎡(1평)당 분양가가 1억원이 넘는 일반 아파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옛 한강호텔 부지에 들어서는 '포제스 한강' 아파트가 3.3㎡당 평균 1억1500만원에 분양승인을 받았는데, 이는 역대 최고 분양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가 풀리고 나서 가격이 뒤죽박죽이 됐다. 광명이 서울보다 비싸고 강북이 강남보다 비싼 사례가 심심찮게 나온다"며 "이젠 안전마진이 아니라 손실을 걱정해야 할 시기이다 보니 계약포기 사례는 충분히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