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폐지 불발?…주택시장 혼란 속으로[송승현의 손바닥부동산]

"투기 수요 자극" 야당 반대에 국회서 여전히 '공전'
"퇴로는 없다"…전세 주면 벌금 더해 LH에 매각해야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야당의 반대로 입법에 차질을 빚고 있는 건데, 정부 약속을 믿고 분양을 받은 이들은 비상이 걸리게 됐죠. 국회법상 연내 처리가 안 되면 법안은 회기 종료와 동시에 자동 폐기가 됩니다.

뉴스1은 해당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와 함께 살펴봤습니다.

(뉴스1TV 갈무릭)

◇재산권 행사 제한 지적에 '폐지' 공언했는데

최근 수분양자를 중심으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거주 의무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까지 실거주 하도록 한 것으로, 지난 2021년 생겼습니다. 인근의 시세 보다 저렴하게 분양하는 만큼 투기 수요가 유입을 막고 실수요자에게 공급을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시는 집값이 급등하던 시절이다 보니 투자수요까지 몰리며 경쟁률이 과도하게 높아져 실수요자는 청약에 당첨되기 어려운 구조였죠.

그러나 해당 규제로 인해 재산권 행사와 거주 이전이 제한된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자금이 부족한 수요자는 전세를 주는 방식으로 대금을 치러왔는데, 이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현 정부도 같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정권을 잡은 시기에는 집값이 고꾸라지고 있을 때라 연착륙을 유도할 방안도 필요한 시점이었죠.

올해 1월 결국 분양가 상한제 주택 청약 당첨자의 2~5년 실거주 의무 폐지가 발표됐습니다. 패키지 규제 였던 전매제한 완화는 4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시행 중에 있습니다.

해당 발표 이후 한파가 불던 분양 시장도 살아났습니다. 미분양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던 둔촌주공을 비롯한 몇몇 단지는 이에 힘입어 완판까지 이뤄냈죠. 하지만 정부의 발표만 믿고 움직였던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습니다.

일례로 둔촌주공의 경우 내년 말까지 당장 잔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현재 조합에선 약 40%가 실거주가 불가능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죠.

(뉴스1TV 갈무리)

◇수분양자는 '난감'…전세 주면 벌금에 집도 회수

만약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계약금을 날리고 집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계약을 포기하면 불이익이 한둘이 아닙니다.

일단은 당첨자로 간주하기 때문에 청약통장은 효력을 잃고 재사용이 금지됩니다. 청약통장 가입기간 점수가 모두 리셋된다는 건데요. 다시 만점인 17점을 채우려면 15년이 걸립니다.

그러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만약 법을 위반하고 전세를 주거나 하면 최대 1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벌금을 내고, 전세를 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벌금은 벌금대로 내야하고 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에 맞춰 매각해야 합니다. 이는 모집공고문에도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퇴로가 없는 셈이죠.

다만 문제는 수분양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실거주 의무 폐지로 전·월세 물건이 다량 풀릴 것으로 전망했는데, 집주인이 들어가 살면 물량이 풀릴 리 없기 때문입니다.

내년 입주 물량은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921가구로 예상됩니다. 이는 부동산R114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며 올해(3만 2795가구)의 3분의 1 수준이죠.

거래 시장이 더욱 얼어붙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어쨌거나 이들이 집을 팔고 이사를 하는 연쇄적인 이동이 중간에 가로막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정부는 임시국회에서라도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은 12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LH 혁신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 브리핑에서 실거주 폐지 법안에 관한 질문에 "빠르면 연내, 늦더라도 임시국회가 소집되면 다시 한번 야당과 협의해 (국회 통과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지켜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다수당인 야당이 입장을 선회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겠죠. 지난 21일 국토법안심사소위 안건에는 올랐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시 또 보류됐습니다.

여야의 절충안을 찾기에는 시간이 모자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긴 합니다만,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막판 합의가 이뤄지지 말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