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카르텔 혁파…업체 선정권한 이관, LH 힘 뺀다(종합)

"개방하면 분양가 인상? 주택기금 등으로 리스크 낮출 것"
안전 항목 위반 업체 입찰 못한다…3~6개월 실격 고려 중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LH 혁신 및 건설카르텔 혁파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2.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독점 체제인 공공주택 사업을 민간 기업에도 개방한다. 아울러 공공주택의 설계·시공 등 업체 선정권한은 조달청으로 이관해 LH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 전관이 개입할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또 철근배근 누락 등 주요 안전항목을 위반한 업체는 일정기간 수주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도입된다.

LH 모든 아파트는 구조·층수와 관계없이 주요 공정완료 시 구조안전 검증을 받게 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LH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인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의 후속대책으로, 사고의 원인으로 전관예우 등 문제가 지적되면서 정부는 혁신안을 마련해 왔다.

서울 시내의 한 공사현장에 크레인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3.9.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독점체제' 공공주택 사업 민간에도 열린다

우선 그간 LH 독점체제로 운영되던 공공주택 사업을 LH와 민간의 경쟁시스템으로 재편한다. 현재 공공주택사업자는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LH 등 공공부문으로 한정돼 있다. 국토부는 이 공급구조가 품질저하와 사업관리 소홀에 따른 감리부실, 하자빈발 등의 문제를 유발했다고 봤다.

민간시행 공공주택 유형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온전히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사업으로 LH의 영향력은 배제한다. 분양주체와 브랜드 활용 모두 민간이 주체가 된다.

단 분양가와 공급기준 등은 현 공공주택과 동일 기준을 적용해 공공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정부는 주택기금 지원과 매입 약정을 통하면 리스크가 줄어드는 만큼 분양가 인상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주택기금을 저리로 지원하고 건설사 입장에서 분양이 안될 땐 일정부분을 매입약정을 해주면 리스크도 줄고 공공분양 주택가격을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주택법 개정 이후 민간시행 공공주택을 본격 사업 시행하며, LH가 사업계획을 기 승인받은 공공주택건설사업에도 사업시행자 변경을 통해 적용한다.

공공주택의 설계·시공 등 업체 선정권한은 조달청으로 이관된다. 설계(설계공모 포함) 용역업체와 시공업체의 선정 및 계약체결 등을 조달청에 위탁하고, LH는 선정된 업체의 용역수행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LH 혁신 및 건설카르텔 혁파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2.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안전 관련 문제 발생 업체 '원스트라이크 아웃'

또 벌점 실효성도 높인다. 모든 벌점 부과 업체는 입찰시 실제 페널티를 받을 수 있도록 감점기준을 개편하고, LH 주요 벌점 업체에 대해서는 입찰을 제한한다.

1점 미만 벌점 누적 업체에 대한 감점을 대폭 상향하되, 벌점 수준에 따라 구간을 세분화하는 등 감점기준 재설계하기로 했다.

사업 과정에서 철근 누락이나 설계 도서와 다른 시공 등 안전관련 주요 항목 위반으로 벌점을 부과받은 업체의 경우 일정기간 동안 공공사업 참여를 막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된다. 현재 3~6개월 가량 기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감리와 시공 등 사업별 관리 기준도 마련된다.

우선 감리용역 업체 선정 및 감독 기능은 건설안전 전문기관(국토안전관리원)으로 넘어간다. 감리를 발주처(LH), 시공사 이해관계와 절연해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설계부문에선 건축설계와 구조설계의 공동계약방식을 도입한다. 이렇게 되면 건축사가 구조설계를 구조기술사에 하도급해 설계의 책임성이 저하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구조설계 검증도 보강한다. LH 내·외부 전문가를 통한 2단계 검증시스템 구축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LH 구조견적단은 주택설계검증처로 개편해 구조설계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시공 단계에서는 LH 모든 아파트에 대해 주요 공정완료 시 구조안전 검증을 받도록 했다. 구조·층수와 관계없이 정기안전점검을 의무화하고, 특히 무량판 구조가 적용 된 지하주차장은 매 층마다 안전점검을 받게 한다.

준공 시에는 비파괴검사, 콘크리트 강도검사를 통해 구조안전을 최종점검하기로 했다.

철근누락의 원인으로 꼽힌 현장인력 의존도가 높은 공법도 최소화한다. 현장시공 최소화를 위해 OSC(Off-Site Construction), PC(Precast Concrete) 공법 등을 적용한 업체는 입찰 시 가점을 부여한다.

또 시공현장 사진·영상촬영 범위를 매층으로 대폭 확대하고, 보디캠을 활용해 정밀 촬영한다.

안전직결항목(구조설계도면 등)은 준공 1년 전 대외공개를 통해 대국민 검증을 실시하고, 문제발견 시 즉시 보강공사를 진행한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LH 혁신 및 건설카르텔 혁파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2.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전관업체 수주 원천차단…퇴직 3년 이내 부장급 재직 시 입찰 제한

퇴직자가 재직하는 전관업체는 진입 자체를 막는다. 2급(부장급) 이상으로 퇴직한 전관이 퇴직한 지 3년 이내에 재취업한 업체(출자회사 포함)는 입찰 참가를 제한한다.

기존에는 LH 자체내규로 5년 이내 퇴직자(퇴직자가 임원인 회사 포함)와 수의계약을 제한하고 있으나, 건축설계공모 및 경쟁입찰은 제한이 없었다.

추가로 3급 전관 재취업 업체는 낙찰이 어려운 수준으로 대폭 감점한다. 전관 폐해 차단을 위해 퇴직자의 다수(50%)를 차지하는 3급(차장급)까지 제한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LH 퇴직자 재취업 시 적용되는 취업심사기준도 강화한다. 심사 대상자는 2급 이상(부장급)에서 3급 이상(차장급)으로 확대되며, 설계·감리업체에 대한 자본금·매출액 기준을 삭제·완화해 대상업체 규모도 넓힌다.

심사 대상이 자본금 10억원 이상, 매출액 100억원 이상에서 매출액 1억원부터 1000억원 이상으로 변경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관 근무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업체 숫자는 지금보다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앞서 대상업체의 자본금·매출액 기준을 일부 조정했으나, 철근누락 관련업체 조사결과 심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전관업체가 다수 존재한 데 따른 것이다.

또 공공기관 최초로 기관업무 심사대상도 1급 이상에서 2급 이상으로 확대한다. 기관업무기준 심사대상자는 '부서'가 아닌 '기관' 업무를 기준으로 업무연관성을 판단할 방침이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이번 혁신방안을 충실히 이행하여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LH가 되기를 바란다"며 "건설안전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에 직결되는 만큼, LH 전관과 건설카르텔을 반드시 혁파해 카르텔의 부당이득을 국민께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