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으로 국평아파트 샀다…올해 갭투자 송도 최다
"국제학교 등 특화된 '新학군지'로 전세수요 꾸준…개발 호재에 투자수요도 많아"
가격 하락·거래 감소 시기 '역전세' 우려는 주의 요구
-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입주 18년 차 950가구 규모 단지 33평(전용면적 84㎡)형 고층 아파트는 올해 8월 5억5000만에 매매된 뒤 한 달 만에 5억원에 전세거래됐다. 인근의 입주 6년 차 2700가구 규모 아파트에서는 28평(전용 70㎡)형 고층집이 8월 5억100만원에 팔린 직후 4억5000만원에 전세거래됐다. 두 아파트의 '갭(gap·매매가-전세가 차이)'은 각 5000만원, 5100만원에 불과하다.
올해 급등락을 거친 부동산 시장이 고금리 장기화 관측 우세로 약보합 및 거래 감소로 접어드는 가운데, 지난 1년 사이 유독 인천 송도동에 갭투자가 몰려 주목된다.
2일 부동산 빅데이터 제공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2년 12월 이후) 갭 투자 매매거래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읍면동 기준)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으로 집계됐다. 전체 거래 3404건 중 8.2%인 282건이 갭 투자로 분류됐다.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낮게는 5000만원부터 높게는 7억원 안팎까지 고르게 분포한다.
송도 지역 아파트 매매거래는 금리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식어가던 2021년 10월 두 자릿수로 떨어진 뒤, 정부가 10·27 대책을 낸 직후인 2022년 11월 다시 세 자릿수로 반등했다. 이어 1·3 규제완화 및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 확대와 시장에 퍼진 '막연한'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시장이 반등한 올해 2월부터는 월 300~400건씩 거래되다 8월 291건, 9월 234건으로 주춤한 상황이다.
그중 갭투자거래 비중은 2022년 3월 30%로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지만 당시는 전체 거래 수가 50건대로 워낙 낮았다. 최근 1년 기준으론 2022년 11월 22%에서 10% 안팎으로 유지되다 거래 감소와 함께 줄어 9월 4%로 내려왔다.
송도의 거래량 흐름은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급락→급등→횡보와 비슷한 추세를 보이는 셈이다.
송도의 최근 1년간 갭투자거래 건수는 같은 기간 2, 3위인 경기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145건)과 서울 송파구 가락동(109건)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도 영통동은 최저 9000만원으로 송도보단 크고, 가락동은 최저가 4억7000만원이다.
시장에서는 송도에 유독 갭투자거래가 몰린 이유로 개발 기대가 높은 동시에 실거주 매력도 높다는 점을 꼽는다.
국제도시답게 채드윅, 세인트마틴, 칼빈 매니토바 등 유명 국제학교가 모여있고 포스코자사고 등 신설로 차별화된 '학군지'를 표방해 전세수요가 꾸준한 데다, 끊임없는 개발 호재에 투자 수요도 많다는 분석이다. 이제 '대장'으로 자리잡은 센트럴파크 주변 1공구에도 최근 마지막 신축아파트가 분양했고, 오는 2026년 착공 예정인 11공구에 이르기까지 공구별 개발이 진행 중이다.
양지영R&C연구소장은 "보통 학군지는 방학 동안 수요가 움직이는 반면 국제학교는 입학준비 시기가 달라 송도는 학군지 전세수요가 꾸준히 많다"면서 "전세가율도 높다 보니 이걸 노린 갭 투자도 있고, 또 워낙 계속해서 개발이 이뤄지는 탓에 투자목적으로 접근하시는 분들이 많다. 가격이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개통되면 그 효과도 있겠지만 결국 송도나 동탄2신도시 같은 지역은 직주근접 자족도시로 개발돼야 성공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 "대기업 유치나, 최근에 시도됐던 케이팝콘텐츠시티 조성처럼 송도만의 특화된 것들을 계속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불황으로 접어드는 시기 이처럼 투자가 몰리는 지역 전세 거래 시 주의가 요구된다. 올해 9월 5억원 전세거래가 이뤄진 송도동 아파트는 동일 평형이 지난달 5억원에 팔렸다. 시세로는 이미 '무(無)갭'이 된 탓에, 집값 추가 하락 시 매매가격이 전셋값보다 빠지는 '깡통전세' 위험도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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