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피곤해 팔고 나갈래요"…집 내놓는 주민들

월계동신, 공사비 협상 길어지자 20여채 손바뀜
상계주공5 高분담금 알려지자 매물 속출

시공사와 공사비 막판 협상 중인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 단지 입구에 시공사 개최 설명회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 10. 28/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재건축한다고 너무 시끄러워서 집 내놓아 보렵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 주민 A씨는 며칠 전 집을 매물로 내놓기로 했다. 추진위원회 설립 때부터 17년째인데 최근 시공사와 공사비 협상 지연으로 잡음이 길어져서다.

단지는 올해 2월부터 시공사의 요청으로 도급계약변경안을 협상 중이다. 그사이인 지난 8개월간 20여채가 전고점 대비 많게는 3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손바뀜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단지는 토요일인 지난 28일 오전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을 겪었다. 이날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시공사와 조합 간 불투명한 협상 방식 등에 반기를 든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가 조합장 해임 총회를 열기로 예정한 날이기도 하다.

시공사는 총회 이틀 전 단지 앞에 현수막을 걸고 '도급계약 변경 제안 설명회'를 예고했다. 시간은 총회 개최 예정 시각보다 1시간 빨랐다. 당일엔 아침부터 시공사 현수막이 붙은 대형버스 3대가 조합원들을 실어가기 위해 대기했다고 한다. 이를 '해임총회 방해행위'로 본 일부 강성 비대위원과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날 비대위 발의로 소집된 총회의 조합장 해임 안건은 전체 조합원 818명 중 346명(서면 포함, 직접 참석 178명)의 찬성으로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앞서 해임총회가 공고되자 시공사는 직전보다 소폭 감액한 공사비를 제시했다. 지난 9월 공문을 통해 평(3.3㎡)당 667만원을 제시한 뒤 조합의 감액 요청을 받자 평당 10만원을 감액해 회신한 것이다.

시공사가 연 행사는 공사비 증액 이유를 설명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시 정비사업 평균 공사비 '평당 763만원'보다 낮지만, 자사가 추진 중인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등을 감안해 공사비를 실제 증액분보다 감액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월계동신 조합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 이미 광운대역세권사업 현장 사무소를 꾸렸다.

다만 이번 제안에는 '2024년 9월 착공기준일 전 이주 및 철거가 완료되고 실착공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평당 657만원 공사비 제안은 전면 재검토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또 '향후 특화설계에 따른 상가 분양수입 증가분 반영'을 위한 추가 계약변경 가능성도 열어뒀다.

변경 공사비로 다시 △총회 의결을 거쳐 △관리처분계획(변경)인가를 받고, △이주 △철거를 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한인 만큼, 협상 및 사업은 더 지연될 전망이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 재건축은 시공사와의 공사비 갈등이 조합 내분으로 번졌다. 우측은 '반대파' 활동으 본격화한 비대위의 조합장 해임 총회 안내 문자, 좌측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조합의 설득 문자(독자 제공).

◇사업 지연·주민 불화·분담금 상승…재건축 포기하고 떠나

서울 곳곳에서 재건축·재개발 추진이 활발하지만 실제 오랜 기간 거주해 온 원주민은 사업 지연과 주민 불화, 분담금 상승 등의 문제에 지쳐 재건축을 포기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원구는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아파트가 가장 많은 자치구로, 공사비는 물론 재건축을 둘러싼 여러 갈등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구청 측 설명이다.

상계동에 위치한 입주 37년 차 동일 11평형 840가구 규모 상계주공5단지는 재건축 사업성 기대에 2021년 8월 1층집 몸값이 8억원까지 올랐지만, 올해 들어 최저 4억7000만원~최고 5억4500만원에 20채가 손바뀜됐다.

단지는 올 초 GS건설을 시공사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냈지만, 25평 아파트를 받는 데 4억원, 34평은 최고 6억원대까지 분담금이 들 거란 계산이 나오자 매수자 관심이 끊겼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담금 이슈는 조합원들은 전부터 우려해오던 부분이고 매물은 원래 많은 편"이라면서도 "요즘엔 오히려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잘되지 않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sab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