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3구역 조합, 결국 백기…설계사 취소 후 재공모(종합)
압구정3구역 조합 대의원회 열고 안건 통과
서울시 '공정성' 거듭 강조…조합 입장 선회
- 김도엽 기자,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전준우 기자 = 재건축 설계사 공모 과정에서 서울시와 갈등을 빚은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선정한 설계사를 취소하고 재공모 절차를 밟기로 했다.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시금석으로 꼽은 압구정3구역에 대해 '공정성 원칙'을 거듭 강조하자 조합 측도 전향적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조합은 이날 대의원회를 열고 앞서 설계사로 선정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선정을 취소하고 재공모하는 안건 등을 통과시켰다. 조만간 조합 총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상정해 처리할 전망이다.
지난달 15일 조합은 총회를 열고 희림건축을 재건축 사업 설계사로 선정했다. 희림건축은 1507표를 받으며, 1069표를 받은 해안건축을 438표 차이로 앞섰다.
다만 기호 2번 희림건축과 나우동인 컨소시엄의 경우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사 선정 과정에 참여해 제출한 설계안이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에서 허용한 최대 용적률 300%를 초과하는 360%를 제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희림 측은 건축법과 주택법상 인센티브를 끌어모으면 용적률 상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 설계사 선정 당일 용적률 360%가 아닌 300%를 낮춘 안을 새로 제시하며 또 다른 논란이 발생했다.
반면 기호 1번이자 경쟁사인 해안건축은 최대 용적률 300%를 적용하고 소셜믹스한 설계안을 제시했는데, 희림 측이 공모 지침을 위반했다며 반발했다.
시는 설계사 선정 전 제동을 걸었다. 당시 시는 "공정한 경쟁을 이전투구로 만드는 것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고자 한다"며 공모 절차 중단식의 내용을 담은 시정명령을 조합에 내렸다. 회사 소재 경찰서에 사기 및 업무방해, 입찰방해 등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또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조합에 대한 운영실태 점검을 거쳐 총 12건의 부적정 사례를 적발, 시정명령하고 조합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수사의뢰 조치할 방침이라고 전방위 압박했다.
설계사 선정에서 탈락한 해안건축도 설계사 선정 및 대의원회 계약체결 위임건'에 대한 총회 결의 효력 정지, 설계 계약 체결 등 후속절차 진행을 막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3일 심문기일이 열렸으며,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추후 재공모시 희림건축이 다시 참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형사고발건뿐만 아니라 시의 행정처분, 가처분 결과까지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재공모시 조합 측이 내세우는 설계 지침서에 따라 재참여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희림건축 재참여 여부는 조만간 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설계 지침 기준 등도 함께 결정된다.
한편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압구정3구역 조합에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는 단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압구정3구역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시금석'이라고 생각하며 모범·성공사례로 만들어나갈 생각뿐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압구정3구역 소유주에게 절대로 불이익 주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서울은 많은 신규 주택을 필요로 하며, 공급 정책의 일환으로 현재 서울시 내 신속통합기획만 83곳(재개발 62곳, 재건축 21곳)을 지정해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도 압구정3구역이 신속통합기획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정치·행정의 요체는 인간의 이기심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그 이기심을 건전한 동력으로 바꾸는 것이다"라며 "사업성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고 싶은 것, 재건축을 통해 재산가치를 더 확보하고 싶어 하는 것, 더 쾌적한 주거환경을 가지는 것 이런 본능적인 이기심을 최대한 활용해 공공에 기여하도록 만들고, 서로 윈윈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모범·성공사례를 압구정3구역에서 만들어내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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