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우크라 바로 옆 '모듈러 기업' 업고 재건 동참…유럽시장도 뚫는다
[비상하는 K-건설]⑫GS건설 인수한 단우드 독일서 턴키 1등
단우드 CEO "우크라 재건사업 자신감 있어…언어 장벽 없다"
- 박기현 기자
(비아위스토크(폴란드)=뉴스1) 박기현 기자 =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폴란드 포들라스키에주(州) 비엘스크포들라스키에 위치한 GS건설 단우드 제1공장. 모듈러주택을 생산하기 위해 제조라인이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기계들은 입력된 설계에 맞춰 목재를 절단하고 신속하게 지정된 위치에 못을 박았다. 생산라인의 끝에는 완성된 모듈이 트럭에 빼곡히 담겼다.
단우드 공장은 일반적인 철근콘크리트 공법과 달리 프리팹(Pre-fabrication) 방식으로 주택을 생산한다. 주택의 부품을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완성하는 공법을 뜻한다. 만들어진 모듈은 유리창은 물론이고 샤워기, 변기, 가전제품이 탑재된 채로 배송지로 이동된다.
GS건설은 자회사인 단우드를 통해 현재 재건 사업이 논의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모듈러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단우드가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곳에 위치한 덕택에 재건 현장까지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30년 모듈러 전문회사' 인수한 GS건설…폴란드 싼 인건비에 고품질 보장
GS건설은 2020년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인 단우드를 인수했다. GS건설이 신사업분야 확장을 위해 모듈러주택 선두주자를 전격 영입한 것이다.
1972년 폴란드 공기업으로 출발한 단우드는 30여년 가까이 관련 사업을 진행해온 잔뼈 굵은 모듈러주택 회사다. 유럽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독일에서 전체로는 4위, 턴키 수주로는 1등이다.
단우드는 연간 2000여채의 집을 생산한다. 단우드는 제1공장에 3개 생산라인, 제2공장의 1개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단우드는 자동화 수준이 높아 라인별로 하루에 두채씩, 연간으로는 약 500채의 집을 만든다. 소비자가 땅을 마련해 집을 입맛에 맞게 주문하면 공정에 돌입하는 절차다.
단우드의 최대 시장은 단연 독일이다. 2021년 기준 단우드가 공급한 1602채 주택 가운데 독일이 1342채(84%)를 차지한다. 스위스·오스트리아 109채(7%), 영국 105채(7%), 폴란드 47채(3%) 등 순이다.
독일에서 단우드는 '가성비가 좋은 집'으로 통한다. 단우드는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폴란드의 인건비를 활용해 경쟁사 대비 85~90% 수준으로 주택을 공급한다.
습기에 취약한 목재를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품질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직접고용 작업자의 높은 기술 수준에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단우드는 전통적으로 작업자 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인 회사"라며 "한국에서는 작업자의 역량을 주택 건설 과정에서 크게 고려하지 않지만 폴란드에서는 작업자의 기술 수준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단우드 본사에는 '교육동'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조립·마감에 필요한 주택 모듈이 즐비했다. 사다리에 올라간 한 감독관이 작업자와 1대 1로 지붕의 마감을 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했다. 20년 경력의 작업자도 혼자서 실습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GS건설 관계자는 "새로운 유형의 주택을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GS건설 신사업부문 1조원 매출 이끈 단우드…유럽·우크라 진출 계획
단우드는 실적 호조로 GS건설의 신사업부문 매출 1조원 돌파를 이끌었다. 단우드가 지난해 신사업부문 매출(1조250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4180억원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GS건설 신사업부문은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7450억원을 달성했다.
단우드는 점차 시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주요 시장인 독일뿐 아니라 유럽 내 다양한 국가로 시장을 넓혀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재건사업이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시장 진출도 눈여겨보고 있다.
재건사업에서 단우드의 경쟁력은 △언어 △근접성 △신속성 △환경성이 꼽힌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와 같은 언어권에 속해 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는 데다가, 단우드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자동차로 불과 6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또 모듈러주택이 기존 방식보다 3~4개월 빨리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탄소배출량도 일반 건축물 대비 30% 정도 감소된다.
GS건설 관계자는 "재건사업에 우크라이나 외부 자금이 투입된다면 친환경 기준이 설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기존 방식 대비 탄소배출량이 현저히 낮은 모듈러주택은 큰 이점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폴란드의 낮은 인건비가 우크라이나 시장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단우드가 다세대주택으로의 사업 다각화를 최근 시도하고 있지만 단독주택 보급에 주력했던 기업이라는 점이 재건사업 참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GS건설이 단우드사와 비슷한 시기에 인수한 영국 업체 엘리먼트는 다세대 모듈러주택 건설에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만큼 GS건설이 자회사간 기술협력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가능하다.
◇단우드 CEO "어려운 시기지만 단우드 사업 영역 확장할 것"
야로슬로 K. 주락(Jarosław K. Jurak) 단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달 25일 <뉴스1>과 만나 단우드에겐 수십년간 누적된 경험이 있다며 시장 확장에 자신감을 표했다.
야로슬로 CEO은 "최근 기술 발전, 기후변화, 인플레이션 등 여러 변화로 많은 기업들에 정말 이상한 시기"라며 "다른 나라의 정책도 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야로슬로 CEO는 "이런 시기에도 누군가는 발전하고 누군가는 뒤처진다"며 "우리는 발전하는 쪽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로슬로 CEO는 목조를 사용하는 단우드의 주택이 최근 기후위기로 인해 수요가 늘어났다는 점을 언급했다.
야로슬로 CEO은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등 여러 시도를 해야 할 시기"라며 "벨기에, 벨라루스, 스칸디나비아, 룩셈부르크, 이탈리아 등으로 단우드의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를 도울 수 있다면 무척이나 기쁜 일일 것"이라며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서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폴란드에서 오랫동안 집을 만들어온 경험이 있다"며 "우크라이나와는 국경도 접하고 있고 소통에도 문제가 없다"고 각오를 전했다.
야로슬로 CEO는 사업 확장을 위해 이미 구입해놓은 제3공장 부지에 시설 투자를 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만약 우리가 목표한 만큼의 계획을 달성할 수 있다면 내년 중에 GS건설에 공장 건설을 제안하겠다"고 했다. 단우드 제3공장 부지는 제1공장과 제2공장을 합한 면적에 달한다.
master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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