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초삼풍 재건축 신탁사 수주전에 '공룡' 붙었다…한토신·한자신 컨소시엄 도전
정부 독려하는 '신탁방식 재건축' 강남 '대어' 첫 실적 기회에 유례 없는 업계 1·2위 '원팀' 구성
-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잇단 공사비 갈등 속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기존 조합방식의 대안으로 신탁방식이 여의도와 목동 등 주요 아파트 재건축 단지에서 떠오르는 가운데, 강남 지역 '대어' 서초삼풍 신탁사 수주전에 업계 1·2위 업체가 컨소시엄으로 도전해 주목된다.
전통적인 부동산신탁업계 강자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의 합동 응찰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현 정부가 장려하는 신탁방식 재건축에 있어 강남 주요 단지 첫 실적을 쌓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양사가 힘을 합친 것으로 보인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이달 3일 개시한 신탁사 선정 입찰이 유찰돼 오는 10일 재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쟁쟁한 메이저사(社) 참여가 확실시됐던 이번 입찰이 유찰된 건 비(非)금융 부동산신탁업계 1·2위인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응찰하면서다. 사상 초유의 일로, 모든 경쟁자를 제칠 강력한 '공룡'의 등장에 다른 업체들이 응찰을 포기하면서 '2개 이상 입찰자 참여'라는 입찰 성립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신탁방식 재건축은 정비사업을 조합이 직접 시행하는 대신 신탁사를 선정해 위임·진행하는 것이다. 각종 인허가 절차와 다양한 이해관계 조율이라는 정비사업의 복잡함에 더해 최근 고층화 경향, 건설물가 상승으로 인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과 입주 지연 사태 등이 불거지자, 기존 조합방식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메이저 신탁사로는 비금융 부문의 △한토신 △한자신 △코람코자산신탁이, 금융지주 부문에선 △KB부동산신탁 △하나자산신탁 △신한자산신탁이 꼽힌다.
조합 입장에선 업무 전문성이 강한 비금융 신탁사 1곳과 신용도 및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금융지주 1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들어오는 게 최적이지만, 이들 업체도 각각 사업장에서 경쟁 중인 터라 팀 구성이 좀처럼 쉽지 않다. 목동 재건축 단지인 신월시영에 KB·코람코 컨소시엄이 응찰해 선정된 게 유일한 성공사례다.
서초삼풍재건축추진준비위 역시 실무를 주도할 전통신탁사와 보수적인 땅·건물 소유주(예비 조합원)에게 신뢰를 줄 금융지주가 원팀으로 응해주길 바랐고 실제로 입찰 전 물밑 협상도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경쟁 응찰자가 없어 유찰되긴 했지만, 유례없는 한토신·한자신 원팀 등장은 이번 입찰 경쟁과 신경전이 치열했음을 방증한다. 추진준비위 내부적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보수(수수료)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신탁방식 재건축이 초기 단계인 현재 상황에서 실적을 올리기 위한 '대어 수주' 자체에 방점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현재 한강 변 초고층 재건축을 준비하는 여의도와 목동 일대 단지마다 신탁 바람이 불고 있지만, 강남 지역에서 신탁사가 선정된 사례는 없다.
한토신·한자신 원팀은 워낙 강력한 경쟁자이다 보니,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재입찰에도 단독 입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추진위는 입찰 성립 조건을 기존 '2개 이상 입찰자 참여'에서 '1개 이상'으로 변경하고 재입찰을 공고한 것이다.
서울법원종합청사 길 건너편에 위치한 서초동 삼풍아파트는 1988년 입주한 전용 105~192㎡ 24개동 총 2390가구 대단지로, 규모와 입지 조건상 시장의 관심이 높다.
추진준비위는 재건축에 우호적인 현 정부 4년 내 모든 인허가 절차를 완료한다는 목표하에 신탁사를 선정한 뒤, 서울시가 내놓은 패스트트랙 '신속통합기획'으로 추진에 속도를 붙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입찰 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앞서, 전체 소유주 설명회를 통해 △신탁방식 찬반과 △찬성 시 낙찰사 선정 여부를 묻는 투표 절차가 있다. 각 안건 모두 과반을 넘겨야 계획대로 추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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