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혁 교통학회장 "모빌리티 단순 교통수단 아니야…시스템 연계 중요"[인터뷰]

"교통문제과 도시 연결…10월 국토도시계획학회와 공동학술회"

정진혁 대한교통학회장이 20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학회 회의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6.20/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모빌리티의 개념을 단순히 도심항공교통(UAM)과 같은 수단으로 한정을 하게 되면 중심을 잃게 된다. 연결성이 중요하다. 기능적 역할을 극대화 하기 위해선 시스템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

정진혁 대한교통학회장(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은 지난 20일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모빌리티의 개념 정립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연결성'을 강조했다. 정 학회장은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거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교통계획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교통분야 전문가다. 지난 2월 제21대 대한교통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3월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정진혁 대한교통학회장이 2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6.20/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모빌리티의 등장…"모호한 개념 정립이 우선"

대한교통학회는 1982년 설립됐으며 개인 4600여명과 기관·단체 800명 등 5400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국내 최대 교통학술단체로 교통관련 분야의 학술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정부기관의 자문도 맡고 있다.

정 학회장은 "교통 분야에만 30여년을 있었지만 지금이 가장 변곡점이라고 느낀다"며 "학회가 모빌리티 등장에 따른 변화의 방향성을 어떻게 그려나가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방향을 잘못 선정하면 시장이 왜곡될 수 있고 중첩돼 쪼그라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책임감을 갖고 학회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과거 영화에서만 구현되던 하늘을 나는 택시, UAM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등 교통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철도나 차량과는 또 다른 수단이다. 지난 4월에는 모빌리티 혁신법이 공포되며 그간의 교통에는 통용되지 않던 개념까지 등장했다. 국토교통부는 모빌리티자동차국과 도심항공교통정책과 등을 신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모빌리티의 개념이 불분명해 새롭게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 회장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모빌리티 연구회를 출범시켰으며 연구를 거쳐 이른 시일 내 결과물을 공개하기로 했다.

정 학회장은 "모빌리티가 철도와 항공과는 다른데 그럼 도대체 모빌리티는 뭐냐는 의문이 남게 된다"며 "철도와 항공을 제외한 것이 모빌리티인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교집합이 없을 순 없지만 어떤 개념 속에서 접근해야 할지를 규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시장에서 개념이 자리잡으면 법과 정책이 뒤따라가는 구조인데 반해 모빌리티는 정부가 끌고가는 구조"라며 "이렇게 되면 시장이 성숙하질 못한다는 문제점이 생긴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다른 시급 과제로 인재양성을 꼽았다. 다만 양성과 전문가 재교육 투트랙 전략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대학 등에서 교육을 받은 인력들이 배출되기 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재교육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교육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것이 정상적인데 그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나와서 전문가로 활동하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며 "학교가 아닌 학회 같은 곳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전문가들은 재교육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진혁 대한교통학회장이 20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학회 회의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6.20/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예타 등 의사결정체계 손질해야…이젠 개인 변동성 중시"

예타와 같은 의사결정체계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래 모빌리티는 과거의 교통과는 달리 편익 극대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개인의 변동성을 고려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쉽게 말해 비용대비 편익(BC)에 의존하는 의사결정체계는 모빌리티 구축에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미래 모빌리티는 공리적 개념에서 편익 극대화라기보다는 변동성을 고려한 서비스라고 정의를 한다"며 "대규모와 큰 시설을 위주로 하는 서비스는 모빌리티의 핵심적 개념이 될 수 없다. 그게 모빌리티 서비스다. 결국 의사결정체계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을 도시와 연결하려는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교통 문제는 도시 문제와 같이 고려돼야 하지만, 현재는 교통 자체에만 고착화하려 한다는 게 정 학회장의 설명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10월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와 공동 학술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국토도시계획학회와 학술회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교통학회는 이번 학회에서 미래 모빌리티의 개념과 인재양성 방향 등을 발표하고, 교통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 학회장은 "교통문제는 도시하고 같이 움직인다"며 "해결책을 만들 땐 같이 고려가 돼야 하지만 교통측면에서만 보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벗어나 도시와 공동으로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공동 학술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진혁 대한교통학회장 프로필

△연세대 대학원 토목공학과 학·석사 △미국 펜실바니아 주립대 대학원 박사 △2017년 한국도로공사 설계자문위원 △2019년 서울시 재정비 위원회 위원 △국토부 선로배분위원회 위원 △경기도 교통영향평가 위원회 위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서울시 교통영향평가위원회 위원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 △현(現)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현(現) 대한교통학회 학회장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