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철강 운송사 '240곳' 업무개시명령에 野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수용"(종합2보)

한덕수 총리 "우리 산업·경제 피해 심각한 상황"
시멘트 100% 가까이 회복…부울경 건설노조 파업 동조

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집회에서 노조원들이 화물차 번호판을 목에 걸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규탄하며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22.12.7/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김도엽 김진 정재민 윤수희 구교운 이유진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15일째, 정부가 석유화학·철강 분야에 대해 추가 운송개시명령(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당장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만큼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이 제시한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며 강 대 강으로 치닫던 운송거부 사태의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멘트 이어 석유화학·철강 업무개시명령…"피해 심각"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지난달 29일 시멘트 분야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데 이어 오늘 2차로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명분 없는 집단 운송 거부가 장기화됨에 따라 우리 산업과 경제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물류는 우리 경제의 혈맥이다. 물류가 멈추면 우리 산업이 멈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 경제와 민생으로 되돌아온다"고 말했다.

이어 "철강, 석유화학 제품의 출하 차질은 곧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핵심 산업으로 확대돼 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화물연대의 자발적 복귀를 더 기다리기에는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이 매우 긴급하고 엄중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추가로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의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자 최선의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지난 6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정유·철강 분야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으나, 당일 국무회의에는 이와 관련한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림에 따라 국가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화물 운송 거부로 공장은 재고가 쌓여 더 이상 가동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수출을 하고자 해도 항만으로 실어나를 물류가 막혔다"고 말했다.

업무개시명령 발동 대상은 운송사 240곳, 차주 약 1만명이다. 철강 분야의 경우 155곳 6000여명, 석유화학 분야는 85곳 4500여명 규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회의 직후 합동브리핑에서 "정부는 86개 팀을 짜 현장조사에 바로 들어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실무준비를 완료했으며, 이날 오후부터 국토부·지자체·경찰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을 현장에 투입해 업무개시명령서 송달 등 후속조치를 즉시 시행할 예정이다.

◇업무개시명령 시멘트 출하량 100% 회복…철강 출하량은 52% '반토막'

총파업으로 한때 5%대까지 떨어졌던 시멘트 출하량이 업무개시명령 9일째인 7일 100% 가까이 올라왔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전날 시멘트 출하량은 17만9500톤으로 평소 대비 99.7%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출하량 감소로 인한 피해액은 5000만원으로 누적 피해액은 1181억원이다.

지난달 29일 정부의 시멘트업종 업무개시명령 발동 이후 비노조원 차주들이 현장에 돌아오면서 시멘트 출하량이 빠르게 늘었다. 전체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 3000여대 중 1000여대가 화물연대 소속인데, 협회는 화물연대 소속 차주 일부도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출하량은 화물연대 파업 첫날인 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평소 물량의 5~10%에 그쳤지만 30일 25.4%로 반등한 뒤 빠르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전날 기준 전국 139개 건설사 1626개 중 902개(57%)가 중단됐지만 28곳 현장의 공사가 재개됐다.

다만 업계 전체 출하량은 100%에 가까워졌지만 지역별로는 편차가 있다는 게 협회 설명이다. 화물연대 조합원 비율이 높은 팔당 등 수도권 일부와 부산, 제주는 아직 시멘트 출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날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철강업계의 경우 평시 대비 52%만 출하되며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적치율이 95%에 이르는 등 적재공간이 거의 소진돼 이번주 안에 생산라인 가동 중단 및 감산이 예상된다.

석유화학도 수출물량이 평시 대비 25% 수준, 내수물량은 약 75% 수준으로 출하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 차질이 계속돼 가동이 중지될 시 재가동까지 최소 15일이 필요하고 하루 평균 1238억원의 피해가 우려된다.

◇부울경 건설노조 레미콘·콘크리트펌프가 파업 동조

부산·울산·경남 지역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레미콘·콘크리트펌프카 기사들은 화물연대 동조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5일 부울경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설 노동자들이 동조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이날부터는 부울경 지역에서 레미콘·콘크리트펌프가 운행이 무기한 중단될 전망이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에 따르면 부울경 레미콘·콘크리트펌프카 기사와 타설 노동자 95% 이상(5000여명)이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이다. 타설 노동자가 없이는 사실상 레미콘 공급이 힘들고 레미콘을 운송하는 콘크리트펌프카 운행이 중단되면 골조공사가 불가능하다.

현재 부산시는 지역 내 335곳의 공사현장 중 108곳에서 작업 중단 등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중 24곳에서는 작업이 완전히 중단됐다.

다만 화물연대 총파업 참가인원은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화물연대 총파업 참가인원은 전체 조합원(2만2000여명) 중 5200여명 수준이다. 총파업 첫날 9600명의 절반 수준이다.

업무개시명령서를 받은 운송사 33곳과 차주 787명 중 운송사 30곳이 운송을 재개했으며 차주 537명이 복귀했다. 미복귀자는 추가로 발견되지 않았다.

한편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양당 원내대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여당이 공개적으로 약속한 3년 연장안이라도 우리는 단독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운임제 지속과 경제적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정부여당의 3년 연장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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