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한전부지 '초고층' 가능…현대車 vs삼성 매입戰 '본격화'

'2030 서울플랜' 확정·공고…한전 부지, 초고층 관리기준 대상 제외
현대차 부지 매입위해 실탄 4~5조원 마련 계획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사진=임해중 기자© News1 임해중

</figure>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해 본사 사옥을 포함한 '자동차 복합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구상을 내놨다.<☞5월12일 현대차, 삼성동에 '랜드마크' 건립 본격 추진 참조>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현대차그룹이 이같은 구상을 내놓음에 따라 한전 부지 매입을 놓고 삼성그룹과의 경쟁구도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발 빠른 행보가 최근 서울시의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 확정·공고 시점과 맞물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초고층 사옥 건립을 숙원사업으로 삼고 있던 삼성 역시 한전 부지 인수에 곧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서울시가 이달 초 '2030 서울플랜'을 확정하면서 삼성동 한전 부지 일대가 도심지역으로 격상된 결과 이 땅에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을 건립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덕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동 한전 부지 인수전의 불씨를 당긴 현대차는 부지 매입을 위해 4조원에서 5조원 가량의 실탄을 쏟아 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 부지의 공시지가는 1㎡당 1870만원, 전체 부지의 가격은 1조4830억원이다. 감정평가 업계에서는 한전 부지 매각가가 공시지가의 최소 2배는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용도지역 상향조정에 따른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이 땅의 매각가격은 3조원에서 최대 4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관측에서 현대차가 5조원 가량의 매입비용을 계획한 점은 한전 부지 인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처럼 물밑에서 주판알을 튕기던 현대차가 한전 부지 인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배경에는 서울시의 '2030 서울플랜' 확정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 초 서울시가 최종 확정·공고한 '2030 서울플랜'은 한양도성에 국한됐던 기존의 도심권역을 영등포·여의도와 강남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동 한전 부지 일대는 도심지역에 포함되게 됐는데 서울시 건축물 높이관리 기준에 따르면 도심과 부도심으로 지정된 곳은 50층, 200m 높이 이상의 초고층 건축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전 부지를 매입한 사업자가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내놓으면 이론적으로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을 짓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다만 삼성동 한전 부지 일대는 사전협상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도시건축공동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토지이용계획이 수립되게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2030 서울플랜' 확정·공고 이후 한전 부지 매입에 공격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성수동 뚝섬에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이 백지화된 이후 대체 부지를 찾고 있던 현대차 입장에서 한전 부지는 놓치기 아까운 땅인 셈이다.

특히 현대차의 110층짜리 '뚝섬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건립 계획의 경우 서울시가 초고층 건립 허용 지역에 뚝섬 부지를 제외시킨 결과 무산됐던 점을 감안하면 '2030 서울플랜' 확정·공고가 한전 부지 인수전 본격화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대차를 시작으로 삼성 역시 한전부지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09년 삼성은 포스코와 함께 한전 부지 매입을 위해 114층 초고층 빌딩 개발 사업제안서를 한전에 제출하는 등 초고층 빌딩 건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2011년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동 옛 한국감정원 부지를 매입한 삼성은 아직까지 한전 부지 매입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용도지역 변경과 기부채납에 따른 수익성 분석에 이미 착수했다는 후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한국감정원이 이전했지만 삼성생명이 해당 빌딩을 비워둔 것은 한전 부지와의 연계 개발을 염두한 조치로 보인다"며 "삼성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에 이미 100층 이상의 통합사옥 건립을 계획한 바 있기 때문에 한전 부지에 초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됨에 따라 곧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haezung22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