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甲' 지적공사, 밥그릇 싸움 끝냈을까

지적공사-측량협회 합의로 공간정보법 개정 급물살
전문가들 "공사-업계간 불신 깊어"…5.4조 공간정보사업 '불씨'

(세종=뉴스1) 곽선미 기자 = 국토교통부가 공간정보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나서면서 국회에서도 관련 법(국가공간정보에 관한 법률) 개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LX대한지적공사의 사명을 '한국국토정보공사'로 고치고 대한측량협회(측량협회)와 대한지적측량협회(지적협회)를 '공간정보산업협회'로 통합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달 내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개정이 완료되면 오랜기간 갈등을 빚어온 지적공사, 측량협회, 지적협회가 '융합'해 공간정보산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낙관적 전망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고 있다. 업계와 지적공사의 불신의 골이 깊어 작고 큰 반목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간정보법 상임위 통과는 됐지만…전문가들에 따르면 업계와 지적공사는 업역(업무영역)을 놓고 장기간 '밥그릇 싸움'을 지속해왔다. 이번에도 이 문제가 표면화돼 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걸림돌이 됐다.

실제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강석호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했다. 그러나 공사의 사업범위를 정한 조항에 대해 측량협회가 '업역 침해' 주장을 제기하며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6개월 넘게 처리가 지연됐다.

국회 한 관계자는 "법안 발의 전 관련 TF(태스크포스)를 꾸려 1년간 7차례 회의를 하는 등 의견조율에 나섰으나 결국 합의하지 못한 채로 법안이 발의됐다"며 "측량협회와 정부간 이견이 있어 처리가 보류돼다 쟁점 현안에 대해 최근 합의해 법안이 처리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에는 측량협회의 업역인 '일반측량'은 기존처럼 공사가 침범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합의에 이르렀다. 공사의 사업 범위도 공간정보사업에 직접 뛰어들기보다 '지원'에 방점을 찍는 것으로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지적공사와 측량협회는 법 개정에서 공감대를 이루자 지난 11일 MOU(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기존 법안에는 '공간정보체계 구축에 관한 사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라고 포괄적으로 적혀 있어 공사가 측량협회의 영역을 침범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며 "업계의 영역을 그대로 인정하고 공사도 공간정보사업에 직접 참여하기 보다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도록 법안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원만한 합의로 문제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갈등의 불씨가 꺼졌다고 보긴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법안이 공사의 주된 업무를 '지원'에 두기는 했지만 직접 공간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어서 민간업체들과 언제든지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어서다.

측량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주축이 돼 추진하는 공간정보사업에 공사가 완전히 진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믿기 어렵고 현실적이지도 않다"며 "측량업계와 지적공사간 일반측량 해석을 두고 상당한 이견이 있어왔기에 갈등이 재발할 여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공사와 업계간 '업역갈등' 여전할 것"…5.4조 공간정보사업 '불씨'이와 별개로 측량협회와 협회간 통합이 될 예정인 지적협회도 지적공사와 상당한 갈등관계에 놓여 있다. 이들은 '지적측량'에 대한 영역 다툼이 한창이다.

지적공사는 1938년 설립 이래 국내 지적측량을 사실상 독점했다. 그러다 2002년 헌법재판소가 지적법 제41조 1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지적법이 개정돼 일부 지적측량업무가 민간에 개방됐다.

지적협회 한 관계자는 "민간에 지적측량업무가 개방됐지만 수치지역과 지적확정측량 등 극히 일부에 한정돼 전체 국토의 95%는 여전히 지적공사가 독점하고 있다"며 "공룡을 상대로 제대로 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실제 2012년 기준 전체 지적측량 시장 규모는 4642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지적공사 점유는 4385억원(94.5%)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또 있다. 공간정보산업을 둘러싸고 영역 다툼이 더 극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적협회 관계자는 "공간정보사업의 매출액 규모는 5조4000억원(국토부, 2012년 기준)에 달한다. 지적측량업계의 4600억원과 비교하면 11배 차이"라며 "향후 공사와 업계간 업역 갈등이 더 노골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지적, 측량은 과거 담당 부처가 서로 달랐을 정도로 분리된 영역인데 통합, 융화되는 과정이라 일부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며 "업역 등 업계의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gs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