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1년]'미친 전셋값' 여전..미완의 부동산대책
4차례 부동산대책..주택시장 정상화 기반 마련
대선공약 행복주택,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 빛바래
국회 문턱 실감..실행력을 높이는 것도 과제
- 김정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태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환경부, 국토해양부,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4.2.19/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figure>부동산 분야는 박근혜 정부 출범 1년동안 손에 잡히는 굵직한 대책이 많이 나왔던 곳이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1년동안 4·1대책을 비롯해 7·24 후속대책, 8·28 전월세대책, 12·3 후속조치 등 4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그 결과 주택거래가 터지고 하락하기만 하던 주택값이 상승세로 전환하는 등 주택시장이 정상화되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미친 전셋값'은 잡지 못한 채 미완의 대책으로 남았다. 결국 '집값 띄우기'였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전세난 해결을 위해 전세대출을 늘리다 보니 그것이 전세값을 밀어올리는 역선택이 나타났다.
또 당초 주된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행복주택' 사업이 축소되고 '목돈안드는 전세제도'가 유효성이 없이 설계돼 유명무실화된 점도 흠으로 꼽힌다.
◇거래 회복 효과 가시화 vs '미친 전셋값' 여전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3년 주택 거래량은 85만2000건으로 전년보다 15.8%증가 하는 등 최근 5년간 평균 거래량에 근접했다. 이에 따라 2012년 3.0%의 하락률을 보였던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해 1.1% 하락으로 집값 하락세가 진정되는 효과가 있었다.
반면 아파트 전셋값 고공행진은 쉽사리 꺾이지 않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7.02%를 기록했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수도권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에도 전셋값 상승률은 9.06%로 지방(5.0%)보다 상승폭이 2배 가까이 높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셋값 급등에 따른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당장 자금지원에 나선 자체가 이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세대출을 늘리면서 매매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근본대책이라고 볼수 없다"면서 "오히려 전셋값 상승을 계속 부추기는 결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빛바랜 행복주택사업, 목돈안드는 전세대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행복주택'사업과 '목돈안드는전세제도'는 실효성 부족 속에 빛이 바랬다. 이들 공약은 박근혜정부의 서민 주거복지의 핵심이어서 관심이 집중됐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철도 위에 주택을 짓는다는 개념으로 서울 도심 등 수도권 7곳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발표된 계획과 달리 현재 대폭 축소되거나 수정됐다. 공급 가구수는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축소됐고 시범지구 마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여전해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임대주택이 100만가구를 넘어선 시점에서 대중영합적 정책에 꿰 맞추려다보니 현실성과 추진동력도 떨어진 것"이라며 "사전 정책에 대한 검증과 소통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는 실제 시행 이후 실적이 단 2건에 그쳐 사실상 용도폐기됐다. 집주인 스스로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세입자가 전세금을 대출받도록 해 부담을 크게 낮춘다는 개념이었지만 실행력 부족으로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조주현 교수는 "이들 정책은 실효성 측면에서 여러가지 논란을 갖고 있었는데 정부가 무리하게 끌고 가려다 보니 추진이 제대로 안되는 것"이라며 "좀 더 소통과 검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매매시장 정상화 '기여' vs 임대차 시장 안정화 '한계'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화되면서 매매거래가 위축되다 보니 하우스푸어 양산, 미분양 급증, 전셋값 급등이라는 부작용이 양산됐다.
그 중심에는 집값 하락이다.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라며 정부의 대책을 반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정부는 '시장 정상화'를 내걸며 집값 급등기에 도입됐던 규제를 과감히 풀기 시작했다. 주택거래세 영구인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부동산 과열기를 상징하던 대표적인 규제들이 연이어 뽑혀져 나갔다.
일단 일관된 정책 방향에서 규제를 푸는 것은 긍정적이란 평가가 많다. 최막중 서울대 도시계획학 교수는 "집값 급등기에 묶여있던 규제를 침체기에서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며 "일관된 흐름을 갖고 시장 정상화로 방향을 잡은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4.1대책의 핵심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8.28대책의핵심중 하나인 취등록세 영구인하, 주택구입자금 확대 등이 주택시장 정상화에 가장 도움이 된 정책으로 꼽힌다.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폐지의 경우 매매 시장 뿐만 아니라 전월세 시장 안정에도 기여 할 것이란 진단도 있다. 고성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원장은 "전세라는 것은 누군가가 투자수단으로서 2가구 이상의 집을 보유한 경우에나 가능하다"며 "그동안 세금폭탄 부활에 대한 우려로 집주인들이 2가구 이상을 보유하기를 꺼리면서 전세 공급도 덩달아 축소됐는데,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폐지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전세시장에서 민간공급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매매 거래 활성화를 통해 전셋값을 함께 잡겠다는 정부 정책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도 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매매 활성화를 통해 민간에게 전세를 놓게 해 임대차 시장의 안정화를 유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임대차 시장에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셋값 안정을 위해서 임대사업자 등록과 전월세 상한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입자가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자금지원 보다 정부가 실태와 통계를 제대로 조사해 권리보장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임대차 등록을 전면 실시해야 주택바우처 사업도 실효성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규제 대못' 뽑기 효과 이제부터…실행력이 중요
정책의 내용 못지않게 일관성과 실행력을 살리는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최막중 교수는 "그동안 정책들이 냉온탕을 반복하면서 정책의 신뢰를 잃어 왔던 게 시장의 불신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현재로선 큰 방향성을 하나씩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모습은 바람직 하다"고 말했다.
조주현 교수는 "그동안 규제를 푸는 부동산 정책을 여러 차례나 발표했음에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시행되지 못하거나 지연돼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된 경우가 많았다"며 "다양한 정책을 남발하기 보다 실행 능력에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고 말했다.
고성수 원장 역시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회 입법이 지연되면 모처럼 살아난 시장회복 기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이 협조해 제때 제도를 폐지해야만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dbman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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