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교관에 '탈북자 사회적 매장' 여론전 지시…"극도 경계감 표출"
리일규 전 참사가 확보한 北 문서 12건에 '김정은 지시' 명시돼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이 자국의 인권 실태를 감추기 위해 외교관과 해외 공관을 동원해 탈북민들을 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한 여론전을 지시·확산시킨 정황이 드러났다.
12일 통일부는 지난 2016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북한 외무성과 재외공관이 유엔의 인권 관련 논의를 앞두고 주고받은 전문 12건의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들은 탈북 외교관인 리일규 전 참사가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할 당시 인권과 관련된 세부 기밀사항을 직접 복사해 탈북할 때 한국에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월 '포치' 문건에 따르면 북한은 "탈북민들 증언의 허위성을 폭로"하고 이들을 "사회정치적으로 매장하기 위한 여론 작전을 강하게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인권기구를 비롯한 제3자가 탈북민과 협력하거나 그들의 증언을 활용할 경우 "북한과 절대 대화할 수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2018년 남북 대화가 진행될 때는 '북한인권결의'가 당시 긍정적으로 발전하던 한반도 정세에 배치된다는 논리를 펼 것을 지시하면서 "인권문제에 있어서 대화와 협력이 방법이라는 발언을 유도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전문을 통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스위스 등 유럽에서 활동하는 자국 외교관들의 보고를 바탕으로 인권 관련 대응 전략을 직접 지시해 온 사실도 확인됐다. 그가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인권문제가 논의되는 것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는 2016년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을 기점으로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에 따르면 북한은 2016년 1월까지는 "시민사회와 탈북민 단체들 활동에 대해 기본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했지만, 2017년 1월에는 "인권 대결전이 당과 사상, 제도를 사수하기 위한 대적 투쟁의 제1선 전투장"이라고 밝히며 대응 조치가 격상됐음을 시사했다. 1년 새 엘리트층의 탈북이 잇따르자 당국이 체제 동요 및 붕괴에 경각심을 느껴 정책 노선을 급격히 강경하게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탈북자 증언과 활동에 대해서 극도의 경계감을 느끼는 것으로 관찰된다"며 "북한은 인권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인 대화와 협력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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