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두 국가론' 갑론을박…MZ세대가 생각하는 '통일'은?
청년 대부분 '현실성' 이유로 통일 필요성 공감도 낮아
전문가 "통일이 줄 개인적 이익 알리고 공교육 강화해야"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최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주장으로 불거진 '남북 두 국가론' 관련 논쟁은 '통일 담론'에 새 파장을 일으켰다. '두 국가론'은 남북이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에서 벗어나 개별 국가로서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제안인데,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기한 뒤 이러한 의견이 제기되면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임 전 실장은 지난 19일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학계에서는 좌우,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임 전 실장의 발언을 두고 "북한 김정은이 주장하는 내용과 같다"라고 비난했고, 민주당에서도 "설익은 발상" "성급한 발언"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통일에 대한 2030 세대의 생각은 어떨까. 뉴스1은 18세~36세 청년 10명을 인터뷰했다. 통일 문제의 당사자인 이들에게 통일의 필요성에 얼마나 공감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이 가운데 7명은 '현실성'을 이유로 통일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반면, 3명은 '사회적 이익'을 이유로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뉴스1이 만난 청년 10명 가운데 7명은 "통일이 꼭 필요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공통적으로 '현실성'을 꼽았다.
직장인 정성준 씨는 "남북은 이미 경제·사회·문화적으로 완전히 다른 나라"라며 "통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데, 단순히 한민족이라는 이유나 미래의 불확실한 이익 때문에 통일을 추진하자는 주장은 잘 와닿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황지현 씨 역시 "남북 간 인식과 문화의 격차가 너무 커져서 통일 이후의 사회가 상상되지 않는다"며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좋아졌다면 모르겠지만 점차 나빠지고 있는데 이제 와서 통일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라고 했다.
통일연구원이 지난 6월 발간한 '통일의식조사 2024'에 따르면, 통일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전쟁세대(1950년 이전 출생)의 73.6%가 "필요하다"라고 답한 반면, 밀레니얼 세대(1991년 이후 출생)에서는 46.5%가 "필요하다"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세대 간 격차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일에 대한 논의는 당위성과 현실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젊은 세대일수록 후자를 중요시한다"며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통일이라는 목표를 위해 현실적인 희생을 하기 싫다는 세대관으로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통일이 필요하다"라고 답한 청년 3명은 모두 통일이 가져올 사회적 이익에 주목했다. 특히, 현재 한국에서 교착상태에 놓인 저출생·저성장 문제에 통일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드러냈다.
대학생 손요셉 씨는 "통일이 되면 인구 절벽 문제와 그로 인한 지방 소멸·군 병력 부족 등의 연쇄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군대를 갔다 온 남성으로서 예비군 동원 부담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조서현 씨도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데 이주민이나 난민을 수용하는 것보다 같은 민족인 북한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게 사회적 비용이 덜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직장인 박재혁 씨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분단국가로서 가진 여러 '리스크'에 주목했다. 그는 "최근 주식을 시작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에 관심이 생겼는데, 그 원인으로 남북 문제가 자주 언급되지 않냐"며 "그 외에도 장기적인 저성장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은 통일이 가져올 사회적 이익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개인적 이익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젊은 세대에게는 민족주의보다 개인주의적 가치가 더 설득력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통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려면 통일의 개인적 이점을 제대로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짚었다.
한편, 통일에 대한 인식 차이는 교육 과정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이진석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매년 통일 표어 대회가 학교에서 열렸다"며 "통일의 필요성을 교육받고 자란 세대라 그런지 통일의 현실성 여부를 떠나 언젠가 통일은 꼭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라고 밝혔다.
반면, 아직 한 번도 통일교육을 받아본 적 없다는 고등학생 임하영 씨는 "뉴스를 보면 항상 북한은 미사일을 쏘거나 쓰레기 풍선을 날리는데 왜 통일을 해야 하는 건지 이해를 못했다"며 "북한의 문화나 언어에 대해 좀 더 알고 있다면 통일에 대해 다르게 생각했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통일에 대한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상당히 위축된 현실이 젊은 세대의 무관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하며 "공교육에서 학생들이 통일 담론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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